[뛰어보자 폴짝] 학벌사회에서 학력위조가 자라나요

고근예
학교에서 조사하는 가정환경조사 중에 ‘부모님 학력’을 적는 칸이 있었어요. 한참을 망설이다가 엄마는 ‘중학교 졸업’, 아빠는 ‘고등학교 중퇴’라고 적었어요. 부모님 몰래 말이지요. 사실은 두 분 모두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어요. 시골에서 사셨던 부모님은 중학교 문턱에도 가 본 적이 없으셨죠. 자식 탓에 부모님의 학력이 위조된 것이었지요. 그때는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부모님의 학력이 너무 창피했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창피하게 생각했던 것이 너무 부끄러워요. 오래전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인데 가끔씩, 가끔씩 잊혀 지지 않고 생각나서 마음을 무겁게 해요.

학력위조로 떠들썩해요!

초등학교 졸업인 것보다는 중학교 졸업을,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 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 그리고 그냥(?) 대학보다는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 자랑인 사회 같아요. 요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는 학력을 속였던 것이 드러난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혹은 많이 학력을 부풀려 말했을 뿐, 줄여서 말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이 사람들 중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 유명한 배우, 만화가도 있어요. 검찰에서는 학력을 속이는 사람들을 찾아 벌을 주겠다고 말하고, 사람들은 학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그러네요. 자신의 학력이든 남의 학력이든 사실과 다르게 거짓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에요. 학력을 속였던 사람들은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고 말해요. 아마도 이 말은 사실일거예요. 거짓말할 때, 누가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지? 하고 조마조마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학력을 위조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해요.

학벌사회, 확! 뻘~사회

거짓으로 학력을 말하는 사람도 잘못이지만, ‘어느 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사회가 더 큰 문제에요.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쓰임이 없다고, 일할 수 없다고, 안된다고들 말합니다. 그리고 학교도 1등부터 쭉 순위를 매겨놓고 가능하면 유명하고 ‘좋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말하지요. 왜냐면 취직을 할 때도, 회사에서 승진을 할 때도 ‘같은 학교’ ‘유명한 학교’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외국의 유명한 학교에 다녔다고 하면 무조건 ‘잘하고 훌륭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특히 학력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차별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높은 학력을 갖기 위한 경쟁하는 교육에 빠지게 됩니다. 무엇을 알아가는 교육이 아니라 학력을 갖기 위한 경쟁이 되는 것이지요. 학력이라는 껍데기만 남는 교육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요? ‘어느 학교를 다녔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어떨까요? 어느 학교가 ‘좋다’, ‘나쁘다’라는 판단도 없을 테니, ‘반드시 어느 학교에 가야지’하고 경쟁하며 시험을 치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껍데기는 가! 학벌사회 너!

물론 사람들이 학력을 위조하지도 않겠지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학력 따위를 거짓으로 꾸미려고 머리를 짜내지도 않았을 것이에요. 학교 얘기가 나올 때마나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해야 하는 이런 거짓말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어떤 식으로 배웠는지 보다는 ‘어느 학교를 졸업 했냐’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해버리는 간편하지만,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학벌사회’속에서 학력위조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무엇을 알고 배워가는 길은 ‘학교’라는 곳에서만 있지 않아요. 알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가르쳐주며 배울 수도 있고, 혼자서 열심히 찾아 볼 수도 있어요. 교육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직은 학력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벌사회라는 ‘껍데기’를 훅~ 날려버리는 일은 아마도, ‘학교 말고 다른 길도 있지’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동무들이 많아질 때 가능하겠지요.
인권오름 제 70 호 [입력] 2007년 09월 05일 1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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