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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 국가인권위의 인권침해적 ‘전환치료’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탈동성애는 동성애를 성적지향으로 인정하지 않고 교정대상이나 질병으로 보는 차별

< 성 명 >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적 ‘전환치료’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탈동성애는 동성애를 성적지향으로 인정하지 않고 교정대상이나 질병으로 보는 차별

-전환치료는 국제인권기구와 국제보건단체들이 매우 우려하는 인권침해이자

의료적 사기로, 학계에서조차 금지된 활동임에도 행사장소 대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오히려 정당성 부여해줘

UN 고문 특별보고관, 2013년 보고서에서 전환치료는 의학적 정당성이 없으며 건강을 위협한다고 재확인

 

3월 19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의 배움터에서는 ‘선민네트워크’, ‘홀리라이프’,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라는 단체들이 개최한 소위 ‘제2회 탈동성애 인권포럼’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설립 목적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법에 의거해 막아야 할 인권침해적인 행사를 개최하도록 한 것이다.

 

이 단체들이 지향하는 ‘전환치료’는 학계에서 금지된 인권침해 행위이다. 소위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 reparative therapy)’라고 불리는 사이비 의료행위는 ‘탈동성애’, ‘전환’, ‘교정‘ 같은 명명으로 성적지향이 마치 간단하게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호도하거나 혹은 원래부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대중에게 주입한다.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임상치료를 하는 사람들을 사실상 추방하였고 어떠한 주류 정신건강단체도 이러한 치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치료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내담자가 이미 경험하였을 수도 있는 자기혐오를 강화시킴으로써, 우울증, 불안, 자기 파괴적 행동을 부추기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살에의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사이비 의료행위에 대하여 의료단체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거나, 정책, 가이드라인 등을 통하여 경고·주의를 주기도 하며 위반 시 자격증 박탈까지 이르는 징계도 가능하다. 1999년 브라질 심리학 연방 의회(Conselho Federal de Psicologia)는 “심리학자는 동성애적 지향을 치유나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여길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 했다.

 

한편 이러한 행위는 국제인권기구와 국제보건단체들이 매우 주시하며 우려하는 관행으로 국가나 지방정부가 법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기도 한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이러한 사이비 의료행위가 미성년자 정신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막고자 미성년자에 대하여 전환요법을 실시하는 것을 금하는 법(SB-1172 Sexual orientation change efforts)을 통과시켰다. 청소년에게 의학과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은 요법을 강요하여 우울증과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의 법이다.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이러한 요법을 실시한 정신의학 종사자들은 자격증을 발부한 기관의 징계 절차에 회부된다.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 지사는 성명을 통하여 “성적지향을 바꾸려는 노력들은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이는 이제 사이비 의료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UN 고문 특별보고관 후안 멘데즈는 2013년 보고서에서 성적지향을 바꾼다는 소위 ’치료‘는 의학적 정당화를 결여하였으며 건강을 위협한다는 미주보건기구와 세계보건기구의 입장서를 인용하였다. 2015년 2월 뉴저지 최고법원은 ‘가능하지 않은 행위’를 약속한 것은 소비자보호법 상 사기에 해당하므로 ‘전환치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배상을 할 것을 명하였다.

 

이렇게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사이비 치료자들은 종교기관의 우산 안에 숨어 있기도 한다. 이 행사의 주관단체들이 보수 기독교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따라서 우연이 아니다. 일견 이들은 ‘신앙’과 ‘상담’의 이름으로 온정을 베푸는 듯하다. 심지어 ‘인권’을 표방한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결국 이러한 활동의 실체는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함을 가장한 동성애 혐오라고 보고 있다.

 

1998년 미국 싱크탱크 정치연구협회(Political Research Associates)는 ‘계산된 온정’ 보고서에서 이러한 ‘상담 활동’은 반동성애 단체들이 강한 반동성애적 레토릭에 대한 반동을 고려해서 다분히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활동 방식이라고 폭로하고 있다. 우리가 서울시민인권헌장의 공청회에서 목격한 난동이 폭력적 반(反)동성애 활동이라면 이 활동은 ‘선한 얼굴’을 가장한 반(反)동성애 활동인 것이다. ‘탈동성애’라는 명명 또한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지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정 혹은 탈출되어야 하는 상태로 상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명백히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이다.

 

이러한 단체들이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공적 정당성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기관의 행사장을 빌리는 것은 당연히도 그들의 전략의 일부다. 이렇게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업적 차별단체들의 전략에 놀아났다. 이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저 단체들의 이름만 봐도 ‘빨간 불’을 켜야 마땅하다. 개인과 집단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적 사기이며 잘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는 대표적 반동성애 인권 침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의 시대는 국제적으로는 이미 지나갔다. ‘탈출’을 이야기했던 ‘탈동성애’ 국제단체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2013년 6월 동성애자들에게 사과하면서 단체 운영을 종료하였다. 이런 ‘탈동성애’ 단체의 운영자들이 나중에 ‘다시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코미디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사기에 놀아났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인권 보장 업무는 많은 국가인권기구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세계 어느 곳의 국가인권위원회가 ‘ex-gay movement'(탈 동성애운동) 행사에 대관을 허용하겠는가. 한국 시민사회는 이 참담한 소식을 성소수자 인권이 주요 의제이기도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권위원회의 모임인 Asia-Pacific Forum 등을 포함한 관련 국제인권단체에 알릴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단순한 무지나 실수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선절차의 불투명성과 독립성 훼손 등 파리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두 번이나 등급심사를 보류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전혀 개선의 기미 없이 청와대는 최이우 목사처럼 동성애 차별 발언과 활동 경력이 있는 인사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보내는 정보노트에는 성소수자 인권 부분도 많이 삭제되었다. 심지어 성소수자 인권 보장 업무를 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시설에서 반(反)동성애적인 인권침해 단체의 행사가 개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앞으로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행사를 했다는 사실을 훈장처럼 자랑할 것이다. ‘탈동성애 인권’이라는 형용모순이 마치 인권법에서 존재하는 개념인양 으쓱댈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렇게 그들의 목소리에 확성기가 되어 주었다. 도대체 이 사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해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사태의 해악을 조금이나마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가인권위원회 자신이다. 우리는 이 ‘대관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자체적인 차별조사와 재발방지 원칙의 천명을 요구한다.

 

2015년 3월 19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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