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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나 그리고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출근해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여객선이 침몰했으나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들 여객선이 침몰하긴 했지만,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니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수시로 뉴스를 확인하기 어려운 업무 환경이라 퇴근해서 뒤늦게 뉴스를 보는데 탑승객 전원 구조는 오보이며 배 안에 매우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지만, 탑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로 안전한 (그 당시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여객선 안에 있으니 곧 구출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예상과는 달리 끝끝내 단 1명도 구출되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슬픔, 분노 그리고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일을 곧잘 훌훌 털어버리는 저이기에 시간이 흐르면 이런 감정들이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무뎌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제 일어난 일처럼 선명하기만 합니다.

 

언제든 누구나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저와 뜻이 비슷한 분들이 노란리본인권모임이라는 세월호 참사 관련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노란리본인권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노란리본인권모임에서는 인권과 관련된 개념, 세월호 참사 후속 상황, 세월호 이 전의 국내/국외 참사 사례 등에 대한 자료를 훑어보거나 4.16 국민조사위 박영대 상임연구원, 1기 세월호 특조위 박상은 조사관을 초청하여 침몰 신고 이후 마지막 생존자의 탈출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하거나 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선박과 항해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안전성이 어떻게 파괴되어왔는지에 대한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모임을 진행할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딘가에서 세월호 참사를 우연히 예기치 않게 발생한 사고라고 표현하며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입에 담기조차 힘든 표현을 무자비하게 쏟아 내거나 세월호 참사에 대해 그만 언급하길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이러한 상황이 몹시 분노스러웠지만, 그 전까지 인권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지지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의 제가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 점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1기 세월호 특조위 박상은 조사관의 강의를 들으며 세월호 참사는 우연히 예기치 않게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운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정도의 증⦁개축, 일상적으로 반복되던 과적, 안전 교육 누락, 불안정한 직원들 처우 등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수많은 요소로 인해 발생한 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직은 조금 더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지금 다시는 예전처럼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기에 용기 내 행동하고 싶습니다.

 

지난 4월에서야 안산에 마련된 기억 교실에 방문할 용기가 생겼을 만큼 저에게 세월호 참사는 매우 큰 슬픔을 안겨준 사건이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훌쩍 넘은 지금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겨우 세월호 인양은 성공했는데 어쩐지 진상 규명까진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랫말처럼 진실이 떠오르는 그날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조금만 더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