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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먼지'

사무실이 아무리 지저분하다 한들 우리 집보다는 깨끗하다며 꿈쩍도 안했던 저이건만, 미세먼지 얘기를 하도 듣다보니 살짜쿵 걱정이 되더라고요. 어느 날은 모처럼 문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켰는데, 친구 왈 오늘같이 미세먼지 많은 날은 오히려 문을 꼭 닫고 있는 게 더 좋다는 거에요. 하늘색만 봐도, 숨을 들이켜봐도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는 소머즈 같은 사람도 있지만, 저는 아무리 하늘을 보고 숨을 들이마셔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앱을 깔게 되었어요. 수치와 함께 대응요령도 나와 있어 틈틈이 확인하는게 나름 습관이 되었는데, 도통 파란색으로 나오는 날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파란색-노랜색-빨간색으로 달라짐)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반가운데, 콧구멍 활짝 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날들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돌진

이천...육년인가...서울에 최악의 황사가 몰아닥쳤던 거 같다. 그야말로 건너편 아파트가 안 보일 정도로 뿌연 날이 며칠 몇 주 동안 계속됐던 거 같은데. 이러다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지금 이 도시가 내가 살아온 도시가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끔찍했다. 그때를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때의 실연과 함께.

ㅇㅅ

밥 먹고 담배 피러 나가니, 집 앞에 벚꽃과 목련이 높이 아름답게 피었다. 담배연기와 먼지 따위에 아랑곳 않고. 내 인생에 쌓여온 먼지들, 내가 일으켜 온 먼지들, 아마 앞으로도 일으키고 쌓여갈 먼지들을 생각하는 대신, 그냥 지금 이 순간은 그냥 저걸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그대다그대에 쓸 말 찾았다고도.

윤미

내 방 한 켠에 박스가 여러 개 쌓여있다. 그 박스들엔 상경하고부터 모아둔 각종 자료들이 있다. 강연 자료, 영화 포스터, 일기장 등등. 먼지가 쌓인 그 박스를 몇 년 만에 꺼내보았다. 박스 안에서 포록 올라오는 먼지. 시큼한 냄새가 났다. 새 박스로 종이들을 옮기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사랑방에 드나들며 잔뜩 모은 자료들도 보았다. 괜히 코끝이 시렸다.

미류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실려 당신 곁으으로. 으으로. 노래 말고 생각나는 게 별로 없네. 바하의 선율에 젖으면 나도 잊었던 기억이 피어나려나...? 작년 가을 비바람이 세차게 지나간 다음날 온몸으로 은행잎을 쓸어담느라 먼지를 엄청 마시고 목감기로 고생고생했던 기억이 스치는데, 이런 기억 말고!

ㅎㅊ

지금 얼굴에 먼지가 자욱하다. 겁나 바쁘게 인권오름을 작업해야 해서 세수도 못했다. 몸에도 먼지가 가득하다. 샤워도 못했다. 샤워하고 싶다ㅠㅠ 세수도 하고 싶다ㅠㅠ 옷도 갈아입구 싶다ㅋㅋㅋㅋㅋㅋㅋ 구냥 지금 내가 먼지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