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시험

내 인생에서 수능 이후 시험과의 인연은 그닥 많지 않거나 있어도 중하지 않은 편이었다. 입시, 취업, 그리고 입사 이후에도 어떤 기준선으로서 Pass냐 Fail이냐로 가려지는 시험들을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접하며 예외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감사하기도 하다. 한편에선 누가 정해놓은 것이 아닌, 스스로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험 같은 상황의 연속이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수능 쳤던 날, 끝났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가장 강렬한 해방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무려 12년이라는 교육과정의 ‘끝’을 지나왔다는 것 때문일지, 학교라는 미성년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 때문일지 그 해방감의 실체는 뭐였나 싶다.

바람소리

시험은 역시 벼락치기다. 초중고 시절 언제나 시험은 벼락치기였다. 그런 나에게 시험이 놀이의 시간이었던 적이 딱 1년 있었다. 고2때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데 한창 빠져있었다. 시험기간에는 수업이 일찍 끝나니 놀 시간이 많아져서 시험기간은 우리가 뭉칠 시간을 많이 줘서 좋았다. 그래도 학생인지라 시험첫날과 시험 마지막 날만 기념주를 마시면 놀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그때부터였나 보다.

디요

시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객관적인 나 자신보다 나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인지 결과를 받으면 크게 낙담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시험을 피하며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는 게 시험인 듯하다.

세주

시험... 이야기 하자면 아마 책 한권도 쓸 수 있지 않을까?? ㅋㅋ 다행인지 책상에서 보는 시험은 남들만큼은 했기 때문인지 수능 전까지는 무덤덤했던 것 같다. 음.. 생각해보니 시험 보는 게 그렇게 싫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대학에서 겪은 책상 밖에서의 시험이 나에게는 더 어려웠고, 하지만 그 덕분에 많은 생각의 기회를 얻었고, 좋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던 듯하다. 이제는... 어쩌면 앞으로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책상 위에서 치러야 하는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현재의 생활을 계속 반복하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데......?? 아!!! 벌써 또 다른 시험에 들었어!!!!!!

아해

시험. 테스트하려는 자와 테스트받는 자가 있다. 테스트하려는 자가 있다면 출제자의 의도가 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테스트하려는 자들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 챈 건 수능을 두 번째 치를 때. 

새벽이면 1m 눈앞이 안보일만큼 안개가 끼는 (약간은) 시골에서, 밤새 문제집 풀다가 아침에 잠들고 오후 느지막히 일어나서 각종 TV 만화와 시트콤까지 다 보고나서 다시 밤새 문제집 풀다가 아침에 잠드는 생활을 몇달간 하다보니, 그들이 왜 문제를 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 ㅋㅋ

그런데, 그후에 이어지는 세상에서의 시험은,

도무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뭔가 해결을 해야할 것 같긴 한데, 테스트하려는 자가 있는 건지도, 아니 이것이 시험이기는 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들, 관계들, 조건들... ㅜ.ㅜ

더우기 그것이 신의 뜻이라도 되어버리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문제를 풀기란 아마도 불가능할 듯. 그러니까 부디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생기고.

이런 수많은 시험들, 부딪히는 의도들, 혼란스러운 문제들 속에서 나의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려나? 킁.

①②③④⑤ 답을 찍는 것보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시간 자체가 그 답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가 보다. ①로 가는 과정을 밟았다면 ①이 정답일 것이고, ⑤로 가는 시간을 겪었다면 ⑤가 정답이 될 테니...

어엇. 그래서 인생은 주관식이라고 하는 건가? 의문의 1깨달음. 킁.

정록 

가끔은 시험이 주는 긴장감, 몰입도, 사람 단순하게 만드는 심플함이 그리울때도 있다. 망망대해 같은 주관식 같은 인생에서 객관식이 주는 편안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규직들의 공정한 시험선발 주장을 접하다보면, 시험이 주는 편안함을 이용한 건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논리도 없다. '억울하면 시험봐서 합격하라'는 말밖에는. 영어단어 외우고 역사연표 외우는 시험이 대체 뭐라고.

미류

지금까지 치른 시험 중 가장 뿌듯한 건 운전면허시험. 학원 안 다니고 땄다며 으쓱. 여러 번 떨어진 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