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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땀 내음? 땀 냄새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들... 수박, 냉면, 해수욕장, 장마.... 그러나 저는 여름이 되면 제 머리 속은 ‘땀’이라는 글자로 가득찹니다. 몇 달 전 아그대다그대다 주제가 “땀”이었는데 이걸 제안한 것도 저랍니다. 냉방이 되는 지하철에서도 꾸벅꾸벅 졸다보면 땀이 나는 등 남보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여름은 정말 곤혹스러운 계절이 되어 버립니다. 여름만 되면 제 머리카락은 거의 늘 땀에 젖어 있어서 수생식물이 된 느낌이기도 하죠.^^;;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 손수건은 늘 필수고, 손수건마저 금방 땀에 젖어 땀냄새가 풀풀나서 하루에도 여러번 빨아서 말려 쓰곤 합니다. 여름에는 늘 땀냄새에 신경쓰이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땀흘리는 걸 즐겼을 때도 있었는데....

 

며칠 전 우연히 5년 전 건강검진 결과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몸무게 73kg에 체질량지수 21, 그리고 각종 검사 항목도 정상치에서 아주 우수한 쪽을 가리키고 있는 결과지를 보면서 문득 그 당시 제 생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회사를 다니며 참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시간만 되면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주기적으로 하는 운동도 있었고, 한 달에 한 번은 한강을 몇 시간 걷거나 주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 때는 정말 땀 흘리며 움직이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하다보면 어느새 땀이 흐르는데 그 땀과 함께 나는 땀내음은 무언가 살아 있는 날 것만이 낼 수 있는 냄새갔았다는... 그래서 그 땐 난 내 땀내음을 너무 좋아한다는 망발을 하고 다니고도 했죠.

 

사랑방 활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게 되는 활동들을 생각해보면 땀내음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행사를 준비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흘리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들은 대부분 이 사회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인권침해감시단이라고 집회 활동에서 잘못된 것이 없나 확인하고 집회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할 때 땀을 흘리고 있다면 십중팔구 경찰의 잘못된 집회 통제에 항의하고 실강이 과정에서 땀을 많이 쏟게 됩니다. 그렇게 감시단 활동이 끝날 때쯤에는 몸은 물론이며 녹색의 감시단 조끼까지 목욕한 것처럼 땀으로 흥건히 젖어버립니다. 표현의 자유로서 집회가 제대로 보장되었다면 흘리지 않아도 되었을 땀인만큼 그 땀냄새는 정말 더 기분이 안 좋고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요새 같은 날씨에는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잠시 서 있어도 땀이 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강정에서는 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무더위 속에서 제주도를 도보로 행진하는 강정 생명평화대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을오토텍에서는 사측과 이를 엄호하는 경찰의 비호 속에서 공장으로 들어가 파업 중인 노조원을 몰아내려고 나온 용역들과 이를 막기 위한 노조원들이 정문을 사이에 두고 하루종일 대치하고 있습니다. 인권 운동을 하면서 땀이 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이들보다 두 세 배는 더 땀을 흘릴텐데 그 땀이 좀 더 의미있는 땀으로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움직여야겠죠. 그래도 건강은 잃지 말아야겠죠. 후원인 여러분들도 무더위에 혹 일사병이나 열사병 또는 그 반대로 냉방병 걸리지 않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