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복닥복닥한 일상의 기쁨을 나누는

이은지 님을 만났어요

지난 8월 18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해고자 전원 복직과 국가폭력 진상규명, 손배가압류 철회를 외치며 행진하던 날이었습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도 함께 걷자고 모였는데요. 뜨거운 햇살에도 현수막 한 귀퉁이씩 잡고 웃으며 함께 걸었습니다. 그날 저랑 같이 현수막을 잡고 걸었던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처음 인사드렸는데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시고, 또 사랑방을 후원하고 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냉큼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흔쾌하게 받아주셨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장애여성공감의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은지입니다.

 

◇ 어떻게 사랑방을 후원하게 되셨나요?

후원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단, 생각만 하다가 시작이 늦었던 것 같아요. 공감에서 신입활동가 세미나를 할 때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를 읽으면서 사랑방 활동가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인권의 언어가 필요한 곳엔 사랑방 활동가들이 있었고, 기자회견의 발언이든 토론회의 글이든 울림을 주는 활동의 모습을 계속 마주했던 것 같아요. ^^

 

◇ 지금 하고 계신 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막연하게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가 그 생각을 접어두고 있었는데, 취업준비를 하면서 우연히 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게 됐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숨겨두려고 하던 때에, 나를 둘러싼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 장애여성공감을 만나게 됐어요.

 

◇ 독립생활지원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지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장애인독립생활운동은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활동입니다. 독립이라고 하면 집을 구해서 나와 사는 것을 많이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게 다른 공간으로 삶의 공간을 옮기는 것 외에도 살아가는 모든 것이 독립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설에서 나오는 것, 살 집을 구하는 것 등의 활동도 있지만, 일상에서의 관계맺기, 권익옹호활동, 자조모임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독립과 의존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그리고 원하는 시간에 오지 않는 장애인콜택시, 발달장애여성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택시기사, 장애여성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과 편견 등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배제와 문제들이 장애여성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 올해 장애여성공감이 20주년을 맞이했잖아요. 저도 행사에 갔었는데 단체의 고민도 느껴지고, 사람들의 애정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감동받고 왔었거든요. 실제로 활동하시는 은지 님은 어떠신가요?

20주년 기념식 슬로건처럼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기준들을 깨어 나가는 활동에 자부심과 쾌감이 있어요. 장애여성공감은 회원조직이고, 일상을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복닥복닥한 일상을 나누면서 맛있는 걸 같이 먹는 기쁨, 어제 있었던 차별적 시선에 대한 분노 섞인 한마디 등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고 있어요.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끊임없이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큰 동력이고 좋은 점입니다.

어려운 것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체계가 너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때. 예를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 없는 경우도 그렇죠. 제도변화와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하지만 당장 개인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으니 답답하고 분노스러워요. 조금 개인적인 어려움은, 공감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안에서 제가 하고 있지 않는 부분들을, 하고 있는 활동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계속 해야 하는 고민이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최근 몇 년 동안 페미니즘 이슈가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이슈가 등장하는 장면이 꼭 운동에서 이야기하는 문제와 연결되지는 않는 거 같아요. 성소수자 문제나 난민 문제에서 더 부각되기도 하는데요. 장애여성 단체에서 활동하시면서 은지님은 이런 현상들을 보시는지 궁금해요.

차별이 어떻게 연결되어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 고민되는 것 같아요. 성소수자와 난민에 대해 여성에게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여성이 취약하다고만 강조하고 성별에 기반한 차별의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장애여성의 정체성이 장애와 여성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듯,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목소리에 저항하는 활동을 같이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 얼마 전에는 안희정 성폭력 1심 판결이 나왔잖아요. 재판 결과 보시고 어떠셨나요?

1심 선고 결과 나오고 나서 사무실에서 같이 분노했는데, 이 분노가 한편으론 동력이 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외치게 된 것 같아요. 피해자가 모든 걸 증명하고 이 과정을 겪어내야 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판결에 힘입어 혐오와 루머를 자랑스럽게 퍼뜨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분노했어요.

 

◇ 질문의 방향을 조금 달리해서, 최근 은지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엔 자존감 관련 책에 관심이 많아요. 너무 열정을 많이 쏟지 않고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어떨 때는 쉼과 거리두기를 잘 하는 것도 스펙쌓기처럼 얘기되기도 하더라구요. 지치지 않고 마음을 잘 지키는 것과, 외부 상황을 개인의 노력으로만 이야기하는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는 속에서, 인권의 문장들을 계속 같이 읽고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하면서 휴식과 여유를 가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프지 않고 쉼을 잘 챙기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