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사랑방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의 연속

지난 1월 사람사랑에 편지를 썼으니 8개월 만에 후원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거네요. 올해 들어서 유독 상임편지를 많이 쓰게 되는 M 활동가 같은 경우도 있지만, 사랑방의 많은 일들은 순번제라는 강력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이번 상임편지 차례가 된 것처럼요. 제가 사랑방 활동을 2011년에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밥 당번, 설거지 당번, 인권오름 발송, 청소당번에 들어가는 것부터 와우산 공동총무, 사랑방 총무, 엠티 준비담당, 반성폭력위원까지 여러 활동들을 제가 담당해야 할 순번에 따라 맡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올해 제가 사랑방에서 맡게 된 역할은 ‘집행조정장’입니다. 내가 할 차례구나 싶어서 맡았는데, 반성폭력위원과 집행조정장(집조)은 선출직이라며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네요. 실제로 선출직이긴 한데, 저는 강력한 사랑방 정신에 따라 사실상의 순번제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업무가 특정인에게 고정되길 바라지 않는 것, 모든 활동가들이 조직활동에 필요한 경험과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마음이겠죠.

 

사랑방에서 집행조정장(이하 집조)은 매주 진행되는 상임활동가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사랑방 활동은 활동가회의에서 결정되는데 그런 회의들을 준비하면서 집행을 조정,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사무국장과 비슷한 역할이기도 한데, 사랑방에서 집조는 권한보다는 조정과 촉진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것 같아요. 명확한 권한이나 영역이 있는 게 아니지만 조직의 모든 활동에 관심과 역량을 쏟아야 하는 게 주는 어려움이 있다고들 합니다. 제가 집조를 맡은 지 8개월째 접어드는데요, 잘하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올해 사랑방에서는 중심활동의 일환으로 ‘임금팀’, ‘분단팀’ 그리고 작년부터 집중적으로 시작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찾기 모임 ‘월담’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저희가 ‘회동’을 하면서 한국사회를 제대로 바꿔보겠다고 했던 포부를 실천하려고 하는 거죠. 인권이 그냥 좋은 말, 추상적인 가치에 머물지 않으려면, 사람들 대부분이 처한 조건 속에서 인권을 고민하고 조직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노동조합이나 어떤 비빌 언덕도 없이 살아가는 공단 노동자들을 만나야겠다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들과 함께 외칠 수 있는 임금에 대한 권리 담론을 만들기 위해서 ‘임금팀’을 구성했습니다.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중요한 조건인 분단체제와 이를 이용한 국가권력의 탄압은 변혁을 고민했던 사랑방이 우회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분단팀’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저는 집행조정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세 팀에 모두 참여 하고 있습니다. 집행조정은 사랑방의 중심활동에 함께 호흡을 맞춰가면서 사랑방이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가늠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잘한 건지 모르겠네요.

 

정신없이 사는 것 같긴 한데 뭐가 잘 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고,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역시나 잘 안 보이고 그런 초조함과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이것저것 순발력 있게 여러 활동을 잘 못 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나중에야 떠오르는 것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방 활동가들이 의기투합해서 즐겁게 활동하는 게 제일 중요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 제 역할이 무엇일지도 고민입니다. 매년 저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는 사랑방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요^^? 저를 위해 인권오름 편집인 자리도 준비해두고 있는 사랑방!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