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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의 한달

사랑방의 한 달 (2013년 9월)

20주년을 스무 번 준비한 것 같은 시간들 ^^;;;

작년 내부 워크숍을 하면서부터 ‘20주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으니 듣는 분들은 어지간히도 지겨우셨을 것 같네요. 사랑방 활동가들도 그렇답니다~ ^^;;; 무언가에 쫓기듯 정신없이 준비한 것 같은데 막상 지나고 보니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 아니었던 것도 같고, 20주년 때문에 바쁘다고 말해왔는데 사실은 그 때문이 아니었던 것도 같고……. 그러니 누군가 “그걸 준비하느라 1년 반이나 걸렸다고?”라고 놀라며 물어도 딱히 설명드릴 말이 없네요. 하지만 그리 두텁지 않아 보이는 그 책을 준비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입니다! 워크숍을 위해 자료를 뒤지고 토론을 하고 글로 정리하고 다시 토론을 하는 끝도 없는 시간에 과감하게 끝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들로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한 게 8월말 9월초였으니…….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더군요. 인권운동사랑방이 쓰는 총론글은 1년여에 걸친 논의 내용들을 잘 담을 수 있도록 단어 하나하나에도 세심함이 필요했고, 활동가들이 한 편씩 쓰기로 한 이야기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쓰자고 서로 얘기했지만 키보드에 손을 얹는 순간 몸이 굳어버리는 증상을 모두 경험했고, 원고가 모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편집디자인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디자이너는 사랑방 활동가들의 까다로운 주문에 여러 차례의 수고로움을 떠안게 됐고, 2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자고 시작한 역사 정리 작업은 서로 헷갈리는 기억 때문에 교정을 보는 순간까지 사실관계 확인을 반복해야 했고…….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다같이 밤을 새워본 게 먼훗날엔 흐뭇한(?) 추억으로 남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으흐흐흑흑.

그래도 사랑방에서 독립한 단체의 활동가들이 보내준 연대의 글은 교정을 보느라 다시 읽을 때마다 코끝이 시큰했고, 글과 그림으로 응원메시지를 보내준 많은 분들의 목소리는 밤을 새우는 피곤함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아, 이게 다 책을 잘 읽어주십사 부탁드리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요~ ^^;;; 사랑방에 보내주신 고마운 마음들을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사랑방이 어디로 가려는지 책을 통해서 함께 설레는 마음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 찾기를 위한 도움닫기를 했어요~

사 랑방이 지난 5월부터 함께 준비해 온 ‘월담’의 도움닫기 대회를 10월 5일에 진행했습니다. 월담은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A기업, B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조직화나 권리 찾기가 아니라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 찾기를 목표로 합니다. 30만 여명이나 일하는 거대한 공단에서 참 큰 포부를 밝히며 도움닫기를 시작한 거죠^^ 대기업 정규직 직원이 아닌 이상, 요즘은 대부분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비슷한 노동조건과 직업 영역을 중심으로 이직을 반복하니까요. 마치 특정 빵집 주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 알바 노동자 일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해법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도움닫기 대회는 그런 월담이 잘 출발하기 위해서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힘 다지기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사랑방에서는 도움닫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제일 고민되었던 게, 무슨 이야기를 건네면서 월담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였습니다. 그냥 어떤 게 잘못되었다는 걸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공단에서 일하는 당신과 이런 일을 함께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거죠.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노동자들도 함께 이걸 해보면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야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발걸음을 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권, 권리는 무엇인지,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게 만든 힘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북 관련 게시물 삭제명령 거부했더니 경찰 출석요구서가 나왔습니다.

벌써 2년 정도 됐습니다. 사랑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북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명령이 나왔던 게 말이죠. 현재 행정명령이 잘못되었다는 행정재판을 하고 있고, 관련 정보통신망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서 재판이 연기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경에서 그것도 사이버수사대도 아니고 보안과에서 형사사건 피의자로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가 사랑방으로 왔습니다. 방통위가 행정명령을 내린 2011년 말 동시에 형사고발도 되었다고 하는데, 종북 척결 목소리가 드높은 바로 지금 경찰 보안과에서 연락을 한 노림수가 참 뻔해 보입니다.

2년 전 게시물 삭제명령을 거부할 때만 해도 작은 사안에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요즘 상황을 보면 이게 단지 게시물 한두 개 문제가 아니라는 게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타개책이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사랑방의 결정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재판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이 사안을 더 널리 알려 내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싸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국정원 발 혐오의 공안정치에 맞서는 인권단체 간담회

국 정원이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소속 당원들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씌운 후, 본격적인 매카시즘의 도래를 우려하는 인권단체들이 긴급하게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안 그래도 댓글 사건으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 국정원이 요리조리 발뺌을 하고 있던 터라 모이려던 중이었지요. 국내 수사권 폐지, 감청과 감시사찰 중단 요구는 인권운동의 오랜 요구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국가정보기관이 비밀경찰에 다를 바 없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이 후퇴하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뼈아프게 느끼게 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지금까지 네 차례의 간담회를 열어, 지금 한국사회에 어떤 이야기들을 건네야 할지 깊은 토론을 거쳤습니다. 동시에 내부 논의가 진행된 단체들이 먼저 릴레이 입장 발표를 시작했고 9월 30일(월) 오전 <비밀정보기관이 주도하는 공포와 혐오의 정치 중단하라>는 제목의 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국정원의 국내 수사권 폐지!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 중단! 양심과 사상의 자유 확장! 공포와 혐오행동 중단! 네 가지 주장으로 많은 인권단체들이 함께 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는 듯해 보이지만,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음에 계속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긴 호흡으로, 인권을 파괴하는 국가권력에 천천히 꾸준히 대응하려고요. 이후에 진행되는 활동들도 소식 전하겠습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다시 설레는 연대의 약속으로

올 해 초부터 인권단체연석회의(인권회의) 운영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지난 7월 평가 워크숍 이후로 구체적인 운영개편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등을 열어왔고, 10월 8일(화) 새로운 운영방안에 대한 워크숍 및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달라질 인권회의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매달 한 번 열리던 정기회의 대신 촉진모임을 엽니다. 의사정족수를 두지 않고, 인권회의 소속 여부에 참여 제한을 두지 않고, 워크숍이든 간담회든 기획회의든 주제와 형식을 열어놓고, 인권운동의 연대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대신 소속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중대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을 때에는 1/4 이상의 소집으로, 1/2 이상의 의사정족수를 둔 전체회의를 열도록 했습니다. 운영개편의 취지는 조금씩 변화해온 인권운동진영의 조건을 잘 살피며 더욱 의미 있는 연대의 힘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보자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메일링리스트 활용과, 연대체의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책임지며 연대의 허브 역할을 할 이음단체도 정하기로 했어요.

후원인 여러분들에게는 인권회의라는 연대체가 다소 멀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인권운동사랑방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사랑방이 혼자서 해낸 일은 그리 많지 않기도 합니다. 인권회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연대체를 통해 서로가 가진 자원을 나누고 북돋우며 활동을 벌여왔지요. 인권운동의 연대를 상징하기도 했던 인권회의가, 인권운동이 지금 여기에서 부딪치고 있는 고민들을 더욱 잘 나누고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다부진 행동들을 촉진할 수 있는 자리로 쑥쑥 자라기 위한 노력들을 지켜봐주세요.

2013 세계 주거의 날_머무를 권리를 선언하다!

매 년 10월 첫째 월요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입니다. 주거권은 세계인권선언과 사회권규약 등 주요 인권규범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매우 중요한 권리로 여겨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던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였고요. 주거의 날은 정주의 날로 번역되기도 한답니다. 어딘가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권리를 향해 나아가자는 선언이지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도 ‘점유의 안정성’을 주거권의 핵심 요소로 보고,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번 주거의 날을 맞아 “머무를 권리를 선언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영역에서 점유의 불안정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임대주택 확충,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주거약자 보호 등의 요구를 함께 내걸고, 10월 5일(토) 1시부터 보신각에서 다양한 선전마당과 청계천 행진, 문화제 등이 진행됐습니다. 세입자연합, 열악한 주거를 전전하는 청년들, 쪽방과 거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홈리스, 개발사업 때문에 삶이 멈춰버린 철거민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건설 등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국책사업을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함께 담았습니다. 내모는 대로 쫓겨나지 않겠다는 외침, 누구에게나 머무를 장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널리 퍼져 나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밀양이 인권을 부른다

20주년이 끝나고 한숨 돌릴 시간은 생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밀양에서 인권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절박하게 전해졌습니다. 10월 1일 송전탑 공사가 다시 시작되는 상황에서 인권활동가들이 급하게 내려갔습니다. 그냥 일단 갔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지키는 농성장에서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새벽이 밝아왔지만 인권에 드리운 어둠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인권침해감시활동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여러 일정들이 잡혀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오랜 기간 머무를 수는 없어 교대하면서 현장을 지키고 인권침해를 감시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모으고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면서, 약식 보고서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 인권활동가들이 느낀 점들을 글로도 썼습니다. 이게 다, 선동 때문입니다. 밀양의 주민들이, 삶을 걸고 싸우는 모습에, 그러면서도 사람의 온기를 촉촉하게 품고 오히려 찾아간 사람들을 다독여주는 모습에, 인권활동가들이 선동당했습니다. 압도적인 국가권력의 실체에 무력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힘닿는 대로 인권침해감시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밀양의 소식과 인권침해감시단의 보고서 등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의 블로그(http://my765kvout.tistory.com)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감시단 운영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셜펀치 후원함도 만들었습니다. 연대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