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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시작이 반이다.

‘월담’ 도움닫기 대회 그리고 임금요구안 설문조사를 시작하며

10월 5일 안산시청 앞 작은 공간에서 ‘월담’ 도움닫기 대회를 진행했다. 30여 명이 모여 30만 명이 일하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그게 몇 명이 되었든 반월시화공단 전체를 시야에 넣고 새로운 운동을 펼쳐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도움닫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월담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조직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가장 충실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월담이 노동조합처럼 당장 구체적으로 해야 할 사업이나 눈에 보이는 활동이 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자칫하면 조직을 위한 조직이나,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담의 조직체계는 구체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기동력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기획-논의-집행 단위를 운영위원회로 일원화했다. 월담 회원이라면 누구든지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함께 활동을 기획하고 집행하면 된다. 꼬박꼬박 참여하는 사람은 상임 운영위원이 되는 것이고 형편에 따라 참여하는 사람은 비상임 운영위원이 되어 함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운영위원이라는 자격조건보다는 운영위원회라는 열린 공간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논의와 책임 있는 집행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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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인상 요구안 실태조사 모습

월담에는 공단업체에서 직접 일하는 현장 회원들도 있지만, 기업별 노조를 조직하는 건 월담의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현장 회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서 공단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모할 수 있는 변화의 작은 행동들을 제안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출근선전전, 문화제 등을 통해 만나갈 공단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그들이 호응하고 작지만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옳은 이야기,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할 때 작은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는 행동 말이다. 그래서 공단의 작은 싸움이 공단의 큰 싸움이 되도록 말이다.

월담 이름을 처음으로 내걸고 10월 말부터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요구안 조사를 시작했다. 고용관계, 주당노동시간, 임금을 비롯한 기본적인 노동실태 조사와 더불어 희망임금, 2015년도 최저임금 희망액 등을 묻고 있다. 쌩한 반응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지만 일주일에 7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퇴근길에 잠시 시간을 내 설문을 작성해 줄 때는 너무 고맙다. 고심해가면서 지금 받는 임금보다 30만 원, 45만 원 정도를 올려서 희망임금액을 적는 이들을 보면서 이런 소중한 목소리들을 잘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80년대 구로공단에서 노조 활동을 했다던 50대 여성의 인터뷰를 어느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아픔이 있었지만, 자신은 결코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작업반장의 지시에 벌벌 떨면서 일하던 자신에게 노동운동은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한다. 지금도 사는 건 힘들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자신이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랑방은 반월시화공단에서 그런 경험을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과거 노동운동이 구로나 안산의 공단에서 노동자의 권리, 인간다운 삶을 향한 외침과 행동들 속에서 기업별 노조를 우후죽순처럼 만들었다면, 변화된 조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에 밀린 자본이 절치부심하면서 기업별 노조를 무너뜨리고 고용관계를 변화시켰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자본의 대응에 맞서 바로 지금 가능하고 필요한 집단적 힘과 행동의 형태들을 발명해야 할 것 같다. 막연하지만 개별 기업이 아닌 반월시화공단 전체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과 행동을 기획하는 것, 그걸 촉진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월담이 도움닫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