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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유성기업 노동자 괴롭힘 및 가학적 노무관리 최종보고회 열어

인권활동을 하며 인권침해조사를 참 많이 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감시, 통제, 노동권 침해 등 말입니다. 심층면접도 하고 설문조사도 하고. 그럼에도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2014년부터 <kt 직장내 괴롭힘 실태 조사> 2015년 <사무금융서비스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등을 해왔기에 자신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성기업처럼 괴롭힘으로 한 사람이 죽은 사안을 조사한 적은 없었습니다.

사전조사를 하다 3개월간 중단하다가 여름이 다 되어서야 설문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설문조사를 하며 최대한 조합원들이 현장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자신의 힘, 투쟁하면서 성장했던 긍정적인 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즐거울 만한 것들이 좀 있는 유성범대위의 투쟁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도 전하고 실천계획도 짰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괴롭힘이 사라지지 않으니 큰 소용이 없다는 걸 심층면접을 하면서 다시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고 징계하고 해고하면서 고용한 자의 권력을 휘두르는 유성기업의 행태에 노동자들을 지쳐가는 게 보였습니다. 지치면 안 된다, 포기하면 안 된다는 악다구니로 버티고 있는 조합원들을 보는 저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조사보고서를 1월에 <노조파괴 전략이 된 괴롭힘>이라는 주제로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에 유성기업이 진정 낸 것이 아직까지 결정이 나지 않아 권고를 촉구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이제라도 인권위가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위해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장소를 인권위 배움터로 했습니다. 당일 많은 사람들이 왔고, 보고서를 더 가져가겠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노동자괴롭힘과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설문조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곳도 많았습니다.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노조파괴외 괴롭힘이라는 것, 다른 말로 하면 가학적 노무관리가 유성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기에 관심들이 많았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복수노조시대인 현재 가학적 노무관리를 명명하는 일련의 행위, 사측의 전략인 가학적 노무관리 (괴롭힘)의 유형을 크게 1) 성과급 및 승진, 근태관리에서의 차별, 2) 몰래카메라, 녹취와 같은 일상적 감시, 3) 임금삭감, 4)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나 징계 사소한 이유나 정당한 사유가 없이 경고장, 5) 고소고발, 6) 폭언 및 폭행 (성희롱) 등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점은 차별의 경우 개별적 차별만이 아니라 집단 간 차별, 즉 소속원 모두가 경험하도록 한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와 어용노조 교섭차별이 대표적입니다. 창조컨설팅의 기획 시나리오에도 쓰여 있듯이, 일부러 민주노조 조합과는 교섭을 지연하고 어용노조와는 일찍 타결합니다. 민주노조인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2011년 임금교섭이 아직까지 타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은 다른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괴롭힘과 정도나 내용에서 다른 특징이 있었습니다. 먼저 공개적 차별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보통 사업장에서는 소송 등의 위험 때문에 괴롭힘을 공개적으로 하기보다는 은밀하게 진행하는데 유성지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공개를 해야 민주노조 조합원 탈퇴가 용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일련의 괴롭힘이 연계성과 지속성을 가졌습니다.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괴롭힘이라는 목적이 분명하기에 각 괴롭힘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감시→임금삭감→잔업특근 배제→부당배치→수당 및 승진 등에서 사측노조와 차별→노조 탈퇴’ 또는 ‘폭언 및 폭력→감시→고소고발→경고장 →징계(해고)→노조 탈퇴’의 고리로 이어졌습니다. 조합원이 탈퇴해 노조가 힘을 잃을 때까지 사측은 괴롭힘-가학적 노무관리를 지속한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신 후에는 잠시 괴롭힘이 중단된 기간이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해 괴롭힘을 일시적으로 멈춘 것이지요. 또한, 영동공장보다는 아산공장에서 괴롭힘이 더 심했습니다. 한광호 열사가 일하던 곳이 영동공장이기 때문이지요. 보통 노동자 괴롭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조되는 특성이 있다고 하지만 유성기업은 필요에 따라 괴롭힘의 강도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것이지요. 세 번째 고소고발 등 사법적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현장 내 갈등에 의한 고소고발이 아닙니다. 부당한 고소고발이 가능했던 것은 경찰과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용노조 간부가 폭행을 먼저 했는데도 어용노조 간부는 무혐의가 되고 항의하던 노동자는 기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또 관리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항의하는 것도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고소내용이 비상식적이었으나 검찰은 고소사건을 다 받아서 기소했으며 무리한 구형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유성지회 노동자 괴롭힘의 조력자가 된 검찰의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끝으로 임금삭감을 노조탈퇴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물질적 곤란함을 겪지 않으려면 조합에서 탈퇴하라는 메시지인 셈이지요. 노동소득이 전부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삭감은 매우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가족 내 잦은 말다툼이 가족관계의 파괴, 우울증 심화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토론회에 참가한 많은 분들이 제도개선안을 제안해주셨습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개선, 노동검찰, 직장내괴롭힘 금지 법안 통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 말입니다. 무엇보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유성지회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인권침해가 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더 이상 이런 일이 다른 사업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선고재판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처벌로 유성지회 노동자들의 다친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