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이사에서 모금으로

지난 5월 17일, 사무실이 영등포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실 예정보다 3주 가량 늦어진 이사인데요. 새로 이사온 공간에서 전에 사시던 분과 이사 일정을 조정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서 시간이 걸렸네요. 제가 자원활동을 하고 있을 때 충정로에서 홍대 앞으로 이사를 왔었거든요. 그게 벌써 6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6년 정말 꽉 찬 시간을 보내고 이사를 한 기분이네요.

 

언덕 위에 큰 집

사실 6년 전에 이사할 때는 ‘언덕 높은 곳’에 있는 ‘크고 넓은 집’ 이라는 인상이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막상 상임활동가가 되고 이사를 준비하다 보니, 언덕과 넓음은 정말 이사의 적이더군요. 언덕이야 당연히 짐을 나를 때 어려움을 주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넓은 공간은 정말...흠. 물론 사랑방이 혼자 쓴 건 아니지만 열 구획 가깝게 공간이 나누어져 있고 그 공간마다 짐이 들어 있으니 이사보다 이사 준비가 힘들더라고요. 지금 이사 온 공간은 사랑방과 인권교육센터‘들’이 공간을 분리하면서 공간이 더 ‘아담’해지고 구획이 훨씬 단순해졌거든요. 그래서 이사를 준비하면서 지하실에 있는 짐, 창고, 베란다에 방치되었던 짐들을 전부 버리고 정말 필요한 짐만 추리느라 며칠을 정리에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사랑방 상임활동가만이 아니라 사무공간을 같이 쓰는 ‘들’의 상임활동가, 또 사랑방 자원활동가, ‘들’의 회원들도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뜬금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사는 돈을 부른다

그렇게 단출한 짐만 들고 저희가 이사를 간 공간은 영등포에 있는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요. 언제나 거리에 내몰려 싸우게 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함께 모여서 또 다른 연대를 만들 수 있도록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마련한 공간입니다. 꿀잠의 모든 공간이 쉼터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 저희는 남는 다른 공간을 사무실로 이용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이렇게 말처럼 모든 일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건물 자체는 정말 오래된 건물이라 꿀잠도 처음 입주할 때 많은 공사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저희가 들어간 공간도 전에는 가정집으로 오래 사용했던 공간이라 아무래도 단체가 들어가서 바로 이용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꿀잠과 이야기해서 이번 기회에 샷시도 갈고, 벽도 허물고, 천장도 뜯고 등등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점은 흐뭇해하면서 또,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직접 해결책을 찾아가며 공사를 마무리하고 입주하게 되었답니다.(짝짝짝) ▲ 안녕, 새로운 영등포 사무실~

 

이제 남은 숙제는 이사비용을 채워 넣는 일입니다. 사실 저희가 당장 공사비용 치를 목돈이 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활동가 충원을 대비해서 적립해온 ‘활동가지원기금’이라는 특별재정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공사에 들어간 비용, 이사 비용, 집기 구매 비용 등등 온갖 비용을 합치니까 1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더라고요. ㅠㅠ

정말 오랜만에 모금사업

사실 급하니까 다른 목적 기금 통해서 끌어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이사처럼 정말 큰돈이 들어갈 때 기금을 헐어버리고 계속 방치하면 정말로 새로운 활동가가 사랑방의 문을 두드릴 때 재정적으로 아무 대책이 없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사로 조금 기운이 소진되려 할 때 조금만 다시 고삐를 잡아보자고 결의를 나누었습니다. 후후. 사랑방이 오랜만에 야심찬 모금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죠.

모금은 이사가 염두된 시점부터 이야기가 나오긴 했었는데요, 무엇을 어떻게 할까하는 고민은 이사에 가까워지면서 구체적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방법은 ‘텀블벅’입니다. 후원주점을 해볼까, 스토리 펀딩을 해볼까 등등 여러 고민이 많았는데요. 요즘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인 ‘굿즈’를 통해 후원을 조직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이왕 하는 후원사업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판단 속에 디자이너도 섭외해서 가열차게 논의하며 ‘굿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품이 뭐냐고요? 소식지 안에 숨겨두었습니다. 찾아보세요.)

사실 10년도 훨씬 전에 했던 사랑방 후원주점 이후로 처음 하는 후원사업 인데요. 너무 오랜만에 해서 인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원도 후원이지만 조금 더 대중적으로 사랑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사랑방의 고민을 더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조만간 모금사업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저희 사무실 집들이 날도 알릴 텐데요. 많은 분들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후원 사업까지 마무리하면 아마도 이사와 관련된 모든 일정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사실 4명의 상임활동가가 이사에 후원사업 하면서 일상업무까지 하려니까 다리가 후덜덜 합니다. 그래도 심기일전해서 마무리 잘 하고 본격적인 영등포 사무실 생활에 적응해나갈 날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생각만 해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그런 날이 금방 찾아올 거라고 고대하며 이만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