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익숙한 불안과 새로운 기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람이나 공간과의 만남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길어도 한 달, 빠르면 한 주도 지나지 않아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리라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첫 출근은 저를 잠 못 이루게 만들곤 합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지난 4월 30일부터 인권운동사랑방의 상임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상임’활동이라 더욱 불안한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2010년부터 청소년/인권 활동을 해오면서 반상근 활동가로 단체의 운영 업무를 챙기거나 프로젝트 담당자로 정해진 기간 동안 활동비를 받은 적은 있지만, 어딘가의 상임활동가로써 활동하는 제 모습은 잘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머지않아 사라질 어색함과 곧 다른 감정으로 자리를 대신할 불안함이 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 눈을 감았다 뜨면 딱 한 달 정도만 시간이 지나 있기를 바라며 출근 전날 밤을 보냈습니다. 심지어 사랑방과는 오랫동안 알아왔고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상임활동 신청서를 쓰고 총회에서 입방절차를 밟은 게 2월이었으니, 꽤나 시간을 둔 첫 출근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하고 있던 인권아카이브 업무를 마무리해야 했고, 상임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도 한 번 다녀오고 싶어서 제가 부탁한 바였습니다. 그 때는 별로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입방절차를 마치고 두 달이나 지나서야 활동을 시작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네요.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있었는데도 긴장과 불안 속에서 몸부림쳤다니, 그런 제 자신도 역시 이상합니다.

 

그러고보니 사랑방은 5월 17일 사무실 이사를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다 같이 영등포에서 새로운 공간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지난번 총회에서 이야기한 사랑방의 2018년 방향은 “새로운 활동가와 새로운 사무실에서 새 기운으로 여는 2018년!” 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사랑방과 함께 이렇게 새로운 한 해를 만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새롭지 않은 한 해가 어디 있겠냐마는요.

 

여러 가지 의미로 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쓰라는 개인으로써도, 사랑방이라는 단체로써도. 이 두 변화는 어느 순간 어느 정도는 맞닿아있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 혼자서만 겪어내야 하는 변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레면서도 조금은 고된 일일 것입니다. 시작의 설렘을 즐기며, 고됨을 함께 잘 지나보내며,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사랑방 입방신청서 마지막에 쓴 말입니다. 저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아마도 새로운 시작에서 고됨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설렘을 즐길 수 있다면,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익숙한 불안 속에서도 새로운 기대를 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사랑방에서 해나갈 활동이, 사랑방에서 함께 보낼 시간이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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