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인권운동사랑방은 제게 죽비(竹篦) 같은 존재입니다

노경목 님을 만났어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요? 작년부터 후원인 인터뷰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노경목 님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매일매일 뉴스를 접하고 생산하는 일간지 기자로서 눈에 보이는 변화 아래에 있는 묵직한 가치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에게도 후원인 여러분들이 죽비 같은 존재입니다. 

◇ 사랑방 후원인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노경목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을 출입하며 전자산업 관련 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창 호황으로 뜨거운 반도체 분야도 제가 맡고 있습니다.

◇ 사랑방은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나요? 후원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대학 때부터 인권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지인이 단체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후원을 마음먹게 됐습니다. 인권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중요한 가치라는 점도 이유입니다.  

◇ 기자로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한 사람의 시민이자 생활인으로서 경험하는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기자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무감해졌습니다. 믿었던 취재원이 '뒤통수'를 친다든지, 분명히 나쁜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고 기사로도 비판을 했는데 현실에서는 잘 나가고,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필요해지는 걸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10년 전에 정치부를 출입할 때 민주당에서는 '국민 개새끼론'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습니다. 당시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드는데 선거만 하면 저쪽이 이기고 민주화 관련 가치가 짓밟히고 산업화와 경제 개발 관련 가치만 높게 취급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문제다"는 인식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나 지금은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서 정말 사람들이 바뀐 것인지, 이것도 한 때의 트렌드인 것은 아닌지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가을부터의 '시민혁명'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입장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처럼 확실한 가치를 가지고 느리지만 뚝심 있게 사회 저변의 가치를 바꿔가는 활동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나 취재원이 있을까요?

많아서 꼽기가 쉽지 않네요. 국회 출입 때 이야기가 나온 김에 2008년 이맘때쯤 봤던 장애인 단체가 생각납니다. 국회에서는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었는데 국회 후문으로 들어온 단체 회원들은 장애인 관련 예산안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했습니다. 휠체어를 탄 몇몇 분은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하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경위가 이들을 휠체어에 태워 국회 밖으로 밀고 나가려 하자 "휠체어에 손대지 마세요. 휠체어가 제 몸이에요"라고 하셨습니다. 아.. 어떤 의도이든 동의 없이 휠체어에 손을 대면 안 되겠구나… 새삼 장애인 관련한 제 인권의식이 얼마나 낮은지 깨닫게 됐습니다.

◇ 사랑방은 <인권오름>이라는 온라인주간인권매체를 10여 년 동안 발행해오다가 작년에 종간을 했습니다. 온라인매체로서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매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언론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로서 체감하는 어려움이나 고민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05년에 입사했는데 당시부터 언론은 위기라고 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됐건 이 정도면 기존 언론이 꽤나 오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돈 벌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것 외에는 언론 환경은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취재와 기사 작성이 가능한 유비쿼터스가 실현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자료를 얻기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기자와 매체의 수가 이를 방증합니다. 언론의 위기라는 것은 기실 기사를 써서 밥 벌어먹고 사는 기자들에 의해 일정 부분 과장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체와 기자가 이렇게 늘었는데 과거와 같은 사회경제적 대우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관념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 매체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 최근에 관심을 갖는 이슈나 사안들이 있을까요? 꼭 심각한 문제 아니어도 됩니다. ^^

아무래도 출입처가 전자산업이다 보니 반도체의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에 대해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고,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의 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일각의 비관론과 달리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유지될 것 같습니다. 밤새워 기술 개발한 엔지니어들과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 선제적 투자를 과감히 한 기업가 정신의 합작품입니다. 물론 반도체 직업병 등 재발방지책 마련은 필요합니다. 최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의학적 연관관계가 규명되지 않더라도 의심되는 질환을 앓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보상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예방방안 마련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조금씩이나마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후원을 하고 있지만 인권이나 인권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존재는 저 같은 문외한들에게 시시때때로 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죽비(竹篦)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가르쳐주고 일깨워 주십시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제가 저지르고 있을지 모를 반인권적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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