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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촛불대선을 앞두고 나눈 고민들

올해 활동방향을 논의하면서 중요한 정세로서 촛불 이후 대선 국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촛불로 열린 대선이지만, 기존 정치세력이 촛불의 승리를 가져가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라는 자괴감 섞인 말들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표심을 의식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 변하거나, 차별금지법은 ‘나중에’라거나, 북한이 ‘주적’이냐는 논란 등 주요한 과제들이 누락되거나 유보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지요. 촛불광장에서 많은 과제들이 이야기되었지만 정작 대선 후보들은 이전보다도 우회하고 후퇴한 입장들을 보이면서 촛불 이후의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받아 안지 못하는구나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역대 최다 후보들이 나온 선거였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많이 들면서 답답하고 깜깜했던 것 같기도 해요. 퇴진촛불을 주도했지만, 정작 대선국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운동의 조건도 그렇고요. 4월 21일 사랑방 활동가들이 모여 촛불은 무엇을 흔들었는지, 어디에서 더 흔들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촛불로 피어오른 열망이 대선으로 수렴될 수 있지 않기에, 대선 이후를 그리면서 운동의 과제, 우리의 과제를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 같아요.

 

“촛불은 정권의 부조리함에서 시작됐지만, 부정의에 대한 감각과 인식으로 확장되어 왔다. 촛불에서 이야기되는 의제가 다양하게 확장되었지만,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다. 그것이 현재 운동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건 아닌까?” “행동하는 극우-보수에 대해 주목하고 면밀히 살피는 게 필요하다. 태극성조기로 모였던 세력, TK라 불리는 집단은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반공-친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함께 그들이 공유하는 이해관계, 경제적 기반 등을 아는 게 필요하다.” “‘재벌도 공범’이라고 했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벌 정책은 조금 더 공정한 자본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재벌의 권력이 약화되더라도 하청계열화라는 구조 속에서 대기업의 권력은 유지될텐데, 실질적 재벌 개혁, 재벌 해체란 어떻게 가능할까?” “사드 배치를 주도하면서 미중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든 한국, 북핵을 매개로 더욱 적극적으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을 기획하는 트럼프와 아베, 모든 소통창구가 가로막힌 남북관계가 만들어낸 상황의 심각성은 새삼 한국사회가 처해있는 국제관계의 엄중함을 체감하게 했다. 바다 건너 국제문제로 거리 둘 수 없는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조건이기에 촉각을 계속 곤두세워야 한다.” 등등

 

답답했던 것들이 명쾌해지는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을 이어가야 할 과제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질문들, 고민들을 잘 붙들고 촛불 이후 다른 사회를 그리던 바람을 기억하면서 계속 파고들며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