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최저임금 꼼수, 공단에서는 어떨까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 적용 및 위반 실태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미 2017년 7월 최저임금이 15% 이상 오른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심각한 최저임금 위반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월담에서는 작년 12월부터 곧바로 최저임금 위반 감시단을 꾸려서 공단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서 최저임금을 깎으려는 꼼수를 제보 받고, 또 알리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3월부터는 본격적인 실태파악을 하면서 문제가 있는 사업장들을 직접 찾아서 대응을 해보자며 조사를 시작했는데요. 그렇게 공단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받은 설문의 결과는 가히 좋지 않았습니다.

 

“오른 것보다 깎인 게 더 많아요”

이번 실태조사는 약 2달 반 동안 총 153명의 설문을 받았는데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결과는 최저임금 미만 약 42%. 반월시화 공단은 언제나 심상치 않은 최저임금 미만 비율을 보여왔지만 이번에는 정말 높게 나타났는데요. 물론 표본이 많지 않아 정확한 비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특정 업체의 변화로 인해 결과가 치우치지 않도록 적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러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공단의 임금실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시화공단을 돌아다니며 설문을 받을 때 만났던 노동자가 해준 말이 있습니다. “오른 것보다 깎인 게 더 많아요”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는 회사가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추면서 각종 상여금, 수당을 전부 없앴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기존에 있던 상여금이 감소한 사람은 있어도 증가한 사람은 단 1명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공식적으론 최저임금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각종 꼼수로 최저임금 인상은 무력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임금 총액이 200만 원이 넘어도 노동시간을 따져보면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무료노동을 강요당하면서 나도 모르게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하고 있기 매우 쉬운 구조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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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는 없는 민주주의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가 횡횡하는 현실보다 그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수당이나 상여금을 삭감하는 문제가 충분히 예상되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보자고 나왔지만, “최저임금 오른다고 이미 작년에 다 깎였는데요?”라고 반응하시는 분들 만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설문지를 내미는 손이 민망해지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말하는 노동자는 결과에 포함하지 못했음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회사에 변동 사항이 있다고 대답한 노동자는 약 30%였습니다. 상여금, 수당 삭감은 물론 인원 감축, 근무시간 단축 등 회사는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꿔버렸는데요. 여기에 노동자들의 동의는 없거나 유명무실했습니다.

노동조건을 회사가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경우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와 노동자들만의 토론시간이 주어지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65%가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아예 없거나,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고 형식적인 동의만을 구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토론시간이 주어졌는지 물었을 때는 주어지지 않았거나 충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80% 이상이었습니다. 이번에 월담에서 적발한 사례 중에는 지금까지 취업규칙 자체를 만들지 않고 있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되려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제야 취업규칙을 만들면서 기존에 해오던 노동조건보다 더 나쁜 취업규칙을 들고 와서 만들었으니 상관없지 않냐는 뻔뻔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

달라지지 않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확인하면 조금은 허탈하기도, 막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가 달랐던 것이 있다면 결과보다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직접 사례를 찾아 나서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임금을 제대로 안주는 회사를 찾아내고 그곳의 노동자를 만나고 함께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이 의심되는 회사 앞에서 선전전도 하면서 분위기도 살피고, 노동부에 진정도 넣어보고, 최저임금 신고센터에 접수도 하면서 사장이 떼먹고 있던 임금을 되찾아 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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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의 작은 싸움에서 큰 싸움으로. 공단 조직화 활동을 하면서 늘 담아두고 있는 말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싸움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하고 아쉬워도 그런 작은 싸움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뛰어다녔다는 점은 월담 활동의 또 다른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월담 활동을 하면서 실태조사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할 때마다 지금 시점에 꼭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시도하는 작업인데요. 그럼에도 수차례 하다 보면 생기는 관성은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태조사는 그 자체의 목적만이 아니라 실태조사라는 것을 수단으로 공단 노동자를 만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관성을 흔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치의 심각함에 한숨 쉬기보다는 이 결과를 가지고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끊임없이 모색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월담에서는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들과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막막한 조사 결과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다른 길이 보일 수 있도록 또 다른 과정을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