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헌법재판관들은 전근대의 종교재판관들이 되었다

이계수 님을 만났어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그늘이 드리운 채 맞은 새해입니다. ‘법’을 다루는 업을 가진 이계수 님을 떠올린 이유입니다. “법 논리를 뚫고 나아갈 인권들”은, “87년 헌법체제의 사실상의 파탄”이 드러난 지금 인권의 실천을 더욱 벼려야 하는 이유인 듯합니다. “고향집 같은” 사랑방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건국대학교 로스쿨에서 행정법을 강의하고 있는 이계수라고 합니다. 1989년에 발족한 실천 법학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창립멤버이기도 합니다. 별반 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녹색당 당원이고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습니다. 탈핵운동의 한 방편으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과 인권이라는 논문도 썼으니 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략 느낌이 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 인권운동사랑방과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그 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후원하게 되셨는지요.

사랑방과는 창립 당시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팩스로 소식지를 전하던 시절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잠시지만 사랑방이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같은 사무실을 쓴 적도 있기 때문에 제게 사랑방은 그냥 고향집 같은 곳이긴 해요. 아주 오랜만에 사랑방을 우연히 가게 되어도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자주 못가다 보니 우연히 들르게 되면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자주 못 본다고 해도 고향친구를 잊을 수 없듯이 그런 마음으로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 인권운동사랑방과 함께 하면서 관심을 두고 있거나 인상적이었던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사랑방과 저의 인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2001년 가을부터 한 몇 년 동안 열심히 같이 연대해서 한 테러방지법 반대운동이고요, 다른 하나는 주거권 운동이에요. 이 둘 다 제게는 큰 의미가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특히 후자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만, 제가 이것저것 관심 갖고 공부하는 게 워낙 좀 잡다해서 주거권 문제를 더 열심히 못하는 건 아쉽습니다.

 

◇ 작년 한 해를 돌아볼 때 세월호 참사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연말연시에 다시 떠올리게 된 ‘세월호’는 이계수 님에게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12월 31일에 인천을 갔습니다. 가족과 함께 간 하루 코스 여행이었는데요, 월미도 앞에서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유람선 배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데, 저 배들처럼 세월호가 다시 항구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연대하며 동분서주한 많은 분들에게 빚진 마음입니다. 미류 활동가 부탁으로 8월 초에 광화문에서 노동자 농민 시민을 죽이는 자본주의 기업을 법적으로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강연도 했습니다만, 세월호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탈핵운동을 하는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위험이 있으면 그것은 언젠가는 현실화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할 텐데요, 작년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오고갔던 수많은 논쟁들이 떠오르네요.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보수적 법 논리로 누르는 것을 보고 너무 답답했습니다. 사랑방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4.16 존엄과 안전에 관한 인권선언>이 그러한 법 논리를 뚫고 나아갈 인권들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연말에는 헌법재판소가 정당을 해산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법학자로서 마음이 더욱 무거울 듯도 한데 고민을 나눠주세요.

헌법재판관들은 전근대의 종교재판관들이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대개의 재판은 결론을 내려놓고 시작한다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학생들이 “그럴 리가요?”하고 반문해요. 유식한 말로 자유 심증주의 아닙니까. 그런 학생들에게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라고 말해요. 저는 이번 결정이 87년 헌법체제의 사실상의 파탄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포스트 87년 헌법체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원래 전 세계 헌법재판에는 두 개의 방식이 있어요. 하나는 미국식 대법원 형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식 헌법재판소 형이에요. 그런데 이중 후자는 관료법관들이 지배한 사법부를 견제하는 의미에서 대법원과 별도의 헌법재판소를 두겠다는 국민적 결단에 기초해 있습니다. 이 부분을 87년 헌법체제는 놓쳤습니다. 뭐, 그렇게 따지면 이 헌법이 놓친 게 꼭 그것만은 아니겠지요.

 

◇ 법학 연구나 교육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두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여러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습니다만, 요즘은 법 교육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가지려고 합니다. 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분들이야 더더욱 그렇겠지만 법을 전공하는 이들도 법 물신주의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전 국민이 법 물신주의에 빠져 있게 되면 오만한 헌법재판관들이 발호할 여지는 더욱 더 커지겠지요. 이런 상태에서 한 걸음이라도 빠져나오려면 비판적 법연구자들이 법 교육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과 만나는 민법/노동법 강좌’ 뭐, 이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사랑방 후원인 분들 모두에게 새해 인사 전해주세요!

어떤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관심과 동기로 사랑방을 후원하고 계신지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랑방을 후원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같이 술잔을 기울이고 밤새도록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지라고 생각해요. 사랑방과 인연을 맺을 때의 그 첫 마음을 잘 간직해주시길 바랄게요. 새해에는 동지들!!!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는 세상 같이 만들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