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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13회 인권활동가 대회, 속리산 자락에서 겨울왕국을 만나다

*인권활동가대회: 전국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인권활동가들이 매년 2월말에 모여 함께 모여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20년쯤 인권운동을 하다 보니, 웬만한 일은 그냥 감이 옵니다. 일을 얼마큼 해야 할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 뿌듯한 일인지? 의미를 찾아가며 해야 할 일인지? 등등……. 전국인권활동가대회는 사실 감이 많이 잡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2월이면 그다지 바쁘지 않을 것 같았고, 3월이 오기 전에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2박3일 여행 다녀오는 기분으로 가볍게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가벼운 마음도 잠시~. 느슨하게 11월~12월을 보내고 나서는 1월부터는 회의와 일에 쫓겨 달리기를 해야 했습니다. 장소를 정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 이용했던 장소가 리모델링를 하는 바람에 새로운 곳을 발굴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2회까지 사용했던 장소가 가장 불만스러웠던 이유는 음식의 질이 때문이었습니다. 매끼마다 냉동식품으로 점철된 반찬을 받아본 나는 경악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음속으로 내가 준비팀이 되면 절대로 이곳으로는 오지 않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장소 선정을 위해 스스로 준비팀이 되었다고나할까요.

 

전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면서 충청권역으로 지역을 좁혔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면서도, 술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 생각보단 많지 않았습니다. 가령, 장애인편의시설이 좋으면 술을 먹을 수 없다거나, 경치는 참 좋은데 장애인편의시설이 꽝! 인 곳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걸 선택하면 저걸 포기해야 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무려 4번의 답사 끝에 결국 충북자연학습장으로 장소를 결정하니 일의 절반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ㅠㅠ 그러나 또 다른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으니 재정마련을 위해 마음을 써야할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아야 할 돈을 모으기는 했지만, 13회라는 타이틀이 갖는 관성의 법칙을 반성하면서 인권활동가대회를 재정으로 후원해 주신 분들의 노고를 깊이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돈까지 마련한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갔습니다. 두두두두~ 드디어 2월 25~27일 동안 제주, 광주, 대구,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일하는 71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웃고 즐기며 토론하는 시간을 보내고 각자 자기의 공간으로 돌아간 지 일주일이 지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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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 평가지를 읽어보니 장소와 식사, 뒤풀이 안주에 관해 만족감이 높아서 흐뭇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궂은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에서 와주었다는 점, 다양한 인권활동가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토론/ 사회로 함께 참여해준 점,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인권활동가 대회가 마무리된 점에 관해 사람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넘치도록 받아준 인권활동가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12회까지 인권활동가대회가 성사될 수 있도록 준비팀을 해온 활동가들에게도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

 

2월 25일 인권활동가대회 첫째 날 밤 중부지방은 큰 눈이 내렸습니다. 북극의 찬 눈바람이 이곳까지 와서 겨울왕국을 만들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 겨울의 질투로 만들어낸 눈인지, 다음날 오전에 거짓말처럼 눈은 녹았습니다. 자연의 변화무쌍함에 감탄하면서, 뭔가 피로감이 사라질 것 같은 환상에 빠졌지만 둘째 날 나는 쓰러지듯 잠에 취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술은 마시지도 못했다는 후문!!! 하지만, 나를 얼거 매던 힘겨운 일상과 잠시 떨어져서 오롯하게 내 꿈에 집중할 수 있어서 충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꿈나라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