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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영상집단「결」의 카메라가 담는 세상

영상 창작집단 「결」이 노동운동과 대중 사이의 벽 허물기,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최근 카메라를 들고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0년부터 여덟 명의 초동 구성원들을 필두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결」은 민주노동당 홍보물 제작을 비롯, 2000년 롯데호텔 파업을 다룬 <침묵이 깨어지는 시간>과 같은 해 울산에서의 4·13총선 과정을 담은 <1984 우리는 합창한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공식 발표하는 등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고집해왔다.

98년 똥물테러까지 자행한 사측의 극심한 노조탄압이 알려지면서 한때 여론의 집중 비판을 받기도 했던 청구성심병원사건. 사측의 집요한 탄압에도 아직까지 조합을 지키고 있는 노조원들은 지금도 끈질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결」의 정진탁 감독이 이들의 투쟁에 결합한 것은 노조원들이 적응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집단 산재신청을 낸 지난 7월 중순경이었다.

"그때 그때의 작은 성과물에 만족하지 않고, 이사장 구속과 병원 중앙관리자들의 완전 교체, 노동권 보장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투쟁의 핵으로 놓은 것이 노조원이 20여명만 남은 지금까지 그들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감독은 힘주어 말한다. 하기에 이번 그의 작품은 강한 고발성이나 물리적인 격렬함의 색채보다 조합원들 내부에 자리한 끈기와 희망, 일상적 삶의 모습 등을 담아낼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약 2개월간의 작업기간을 거쳐 연말쯤이면 청구성심병원의 특별한 영상 투쟁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진필 감독은 <침묵이 깨어지는 시간>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의 제작 초입에 들어갔다. 이번에 그의 카메라가 비추고자 하는 것은 노동현장 가운데서도 상황이 더욱 열악하고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영세사업장의 모습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이들 영세사업장에 분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는 거대 사업장이 벌이는 강한 투쟁 현장이 아니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때마침 서울지역 일반노조와 제화(製靴)노조로 구성된 통합노조가 오는 10월 중순 총회를 갖는다. 감독은 "이번 총회를 통해 노조활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기존의 상황을 돌파하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두 감독은 "지역간 격차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의 차이를 넓고 깊게 조명할 수 있는 노동운동 영상 네트워크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에「결」의 연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