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68년부터 실시된 주민증은 사실 국민을 분류하고 통제하기 위한 국가권력의 파시즘적 제도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지문날인은 그 통제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며 굴욕적인 지문채취를 마친 다음 비로소 '국민'으로 권리와 의무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작품의 설명. 연출자 이마리오 씨는 2000년 5월부터 지문날인에 반대에 동참했던 인물. 작품의 동선은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이 씨의 투쟁과정을 따라가면서 주민증 반대자들의 논리와 정부의 주장을 교차시켜 놓고 있다. 주민증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해도 모자랄 정부 관리들은 오히려 '못생긴 얼굴'이 찍히는 것이 '초상권'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카메라 앞에서 신경질적으로 돌아서 버린다.
이 작품은 최근 KBS의 열린채널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에 방영을 신청해 놓은 상태. 하지만 운영협의회는 욕설과 박정희 대통령 생가 삽입 등 작품의 여러 부분을 지적하고 수정, 보완하기를 요청했고 제작진 쪽에서 이를 부분적으로 수용했으나 결국 '방영 불가'판정을 받았다.
관련 홈페이지 http://idcard2001.wo.to
주민등록법 - 국가의 감시와 통제
1961년, 군사쿠데타를 감행하여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군부는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자신들의 원죄로 인하여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에 대한 도전을 사전에 예방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등록법은 이러한 군사정권의 불안감 속에서 1962년에 제정되었다. “본법은 시 또는 군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하고 간이한 처리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 제정 주민등록법 제1조는 이러한 군사정부의 의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조항이다.
주민등록법은 이후에 수차례 개정을 거듭한다. 그런데 그 개정과정을 살펴보면 국민의 편의와 행복을 위한 방면으로가 아닌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축소하고 침해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굴욕적인 한일 국교 정상화, 국민의 반발을 억누르는 과정에서 조작된 각종 간첩사건, 베트남 전쟁의 참전과 북한의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등의 국제정세, 더구나 북한 무장침투조의 청와대 습격 등 정권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이 계속되고 정권의 안위가 불안해지자 1968년 주민등록법 제1차 개정이 이루어진다. 이 1차 개정에서 현재와 같은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 주민등록증 의무발급, 강제적인 주민등록번호 부여 등의 악법조항이 삽입되었다. 3선 개헌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1969년 이후 사회가 동요하자 1970년 주민등록법의 2차 개정이 이루어진다. 이 개정을 통해 사법경찰관리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할 의무가 국민에게 부여되었다. 또한 유신헌법을 발효한 이후 강력하게 진행된 반정부투쟁과 이에 대처하는 긴급조치가 남발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만17세의 국민으로 하향조정하는 것과 주민등록증 관리체계를 강화하! 는 것을 골자로 하는 3차 개정이 1975년에 이루어진다. 이것도 모자라서 1977년 제4차 개정에서는 그간 개인별로 관리해왔던 주민등록표와 더불어 세대별 주민등록표를 도입하여 국민 감시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에 이르렀다.
박정희 정권 이후에도 주민등록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되어왔는데, 1980년 12월 전두환 정권은 주민등록증 소지 의무를 포함한 제5차 개정을 진행하였고, 김영삼정권 하에서는 IC칩을 장착한 스마트카드 발급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1997년 이후 법률 안에 지문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삽입되었다.
이상의 과정만을 살펴보더라도 주민등록법은 결코 국민을 위해 제정되고 시행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국가의 관리체계 안에 둠으로써 정권의 안위를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존재하였던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전 국민에 대한 영구적인 강제일련번호 부여, 만17세 이상 전 국민의 열손가락지문 강제 채취, 의무적인 국가신분증(주민등록증)발급과 같이 국민의 모든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관리법은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주민등록법은 국가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보장하고 있으며, 정부기관에 의하여 임의로 이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러한 법률의 횡포로 인하여 국가에 의해 보장되어야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은 국가에 의하여 상시적으로 유린당하게 된다. 개인성을 말살하고 전체로의 귀속을 강요하는 주민등록법은 민주주의체제를 국가 스스로 부인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30여년 동안 국민을 옭죄어왔던 이러한 악법은 이제 철폐되어야 한다. 국민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주민등록표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간직하도록 변화되어야 한다.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즉각 철폐되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는 조립체계와 부여방법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주민등록증은 자유발급제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 스스로도 정부의 불합리한 통제와 침해에 대해 결연히 맞서야 한다. 이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지 않는 운동을 전개하자. 주민등록번호의 요구를 거부하자. 지문날인제도를 소리 높여 비판하자. [윤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