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이어 ‘숏커트’가 논란이 되고 정치인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는 상황, 소위 ‘페미니즘 백래시’라 불리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이런 고민과 질문으로 2021 반성폭력 교육은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인 손희정 님을 초대해 진행했다. 백래시(Backlash)가 성평등이라는 변화와 진전에 따른 반발을 뜻한다면 이를 ‘문제’로 다루기에 앞서 어떤 전진이 있었는지, 어떤 후퇴에 부딪혔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교육에 참여할 활동가들에게 받은 사전설문에서 언급된 단어를 워드클라우드로 만들어보았다. ‘논란’이 된 수많은 일들이 각각의 사건으로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우리가 함께 겪었고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가늠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벼리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고민을 하면서 손희정 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숱하게 ‘OO녀’라는 멸칭이 등장했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성혐오가 어떻게 퍼져갔는지, 그리고 TV프로그램과 광고 등 대중문화가 이러한 흐름에 적극 조응했던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여성혐오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그에 대항하며 남성혐오를 같은 문제선상에 올린다. 그렇기에 여성혐오를 성에 기초한 폭력과 차별을 자연화 시키는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구조를 지칭하는 것으로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 맥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여성혐오는 성녀 대 창녀로 이분화 하는 가부장제, 삶의 불안정성을 심화하며 남성 중심 사회를 불안과 공포로 내몬 신자유주의, 여성운동 및 그 성과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백래시라는 세 가지 차원이 중첩되면서 나타난다. 그리고 여성혐오의 주요 동인은 남성 중심 사회가 지키려고 하고 계속 만들어가고자 하는 남성성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여혐 대 남혐, 이대남 대 이대녀로 구도화 하고 젠더갈등이라 명명하는데, 이러한 성별 대립 구도는 폭력과 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여성과 남성의 문제처럼 왜곡한다. 지금 목도하는 것이 이전부터 있었고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세력화 하며 ‘표’를 얻는 경로로 삼고 있다는 점, 그리고 SNS를 매개로 백래시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지를 고심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혐오-남성중심 사회의 뿌리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착하는 ‘정상가족’을 넘어서 다양한 가족구성권의 상상과 실천으로부터 균열의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겠다.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장면들을 다시금 끄집어내면서 그 이면을 살피니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봐야 하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같은 말이지만 전혀 다른 것을 뜻하는 ‘동음이의어’처럼 여성혐오가 쓰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누어주셨는데, 익숙한 표현이라 지나치거나 혼용해 썼던 개념을 보다 분명히 하고 맥락을 잘 알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반성폭력 교육의 참고자료로 추천해준 <대한민국 넷페미사>로 잘 몰랐던 혹은 지나쳤던 분투의 시간을 따라가볼 수 있었고, <다시, 쓰는, 세계>는 스쳐지나갔지만 해소되지 않았던 감정이나 생각을 조금은 정리하고 다듬어갈 과제를 찾는데 참조가 되었다. “‘젠더갈등’이란 말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여성운동에서 젠더갈등이란 가부장제의 성차별주의를 뒤집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면,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말하는 젠더갈등이란 ‘잘 나가는 여자 vs 고개 숙인 남자’라는 판타지로부터 비롯된 날조된 프레임이다. 젠더갈등을 논하려면 이런 상이한 이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책을 보다 인상적이었던 문구 중 하나였는데, 너도나도 젠더갈등을 문제 삼지만,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 것일 수 있음을, 그러므로 명명하고 문제 삼는 것의 이면을 잘 살피는 것이 어떻게 나아갈지를 고민할 때 꼭 동반되어야 할 과정이어야 함을 여러모로 고민하게 되었다.
‘페미니즘 백래시’라 불리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라는 고민과 질문 속에서 이야기 나눈 교육 자리, ‘표’와 ‘돈’으로 더욱 부추겨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힘의 방향과 크기를 만들어가야 할까. 누구와 함께 어떻게 맞설 것인가 라는 남은 질문과 고민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