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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3) 주한미군, 침략기동대로 성큼

미 ‘전략적 유연성’ 회오리 앞에 평화생존권 위협받아

통제받지 않는 패권국가 미국의 신 군사전략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인권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반기문 한국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전격 합의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현재 대북억제력으로 존재하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을 특정지역의 ‘붙박이형’ 군대가 아닌, 신속성과 기동력을 갖춘 ‘기동타격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군구조 변환’과 ‘해외미군재배치계획’으로 알려진 미군의 군사 전략 구상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서남아시아까지 선제공격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재배치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확장되는 것 자체가 단순히 미군기지의 이동을 넘어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군사행동’에 해당된다.



전략적 유연성=침략전쟁의 유연성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 전역을 군사기지화 하는 한편, 미국과 제3국간 전쟁 발발 시 한국이 자동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노출시킨다. 병력이동의 유연성, 기지사용의 유연성, 장비의 유연성 등을 골자로 한 합의내용이 한반도 내에서 진행될 경우, 한반도는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의 전략적 거점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배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확장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이루기 위한 출발에 있는 셈. 다산인권센터 박진 인권활동가는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해외 미군은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해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런 계획 속에서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확장은 해외미군의 재배치 과정이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방어적 성격을 넘어 선제·예방적 공격의 역할을 수행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한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은 그들의 판단에 의해 한국의 땅과 바다, 하늘을 통과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기지는 전쟁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은 자동적으로 전쟁 당사국이 된다. 원하지 않는 전쟁의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을 권리, 침략당하지 않을 권리를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침략전쟁으로 평화주의에 위배된다.


국가권력 통제, 평화적 생존권의 기초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민중적 통제’는 평화적 생존권을 이루기 위한 기초이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구조’에 개입하고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작업은 평화주의를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

헌법은 국민이 자신의 삶의 조건에 관련된 주요 사안을 헌법 개정이나 법률의 제·개정, 주요 정책사항에 대해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에 의해 원하지 않는 군사행동에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적 유연성이 ‘국민투표’ 사안임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과의 ‘합의’를 담은 정부간 ‘공동성명’으로 이를 발표했다. 이러한 자의적 행위는 결과적으로 국민투표권을 부정하는,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헌법 72조에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하여 대통령의 자유재량에 따라 국민투표 실시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안이 대통령의 자유재량 사항인가에 관해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아무리 재량권이라 하더라도 국가안위와 같은 중요사안이라는 전제가 충족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묻는 게 의무”라고 꼬집는다. 즉 재량행위는 헌법원칙과 법의 일반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만일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면 재량권의 남용과 일탈이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듯 주한미군기지 이전·확장을 반대하는 평택투쟁은 우리의 평화로운 생존을 국가와 패권국에 저당잡히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단지 생존의 터를 빼앗긴 평택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빼앗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