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사랑방 자원활동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6월부터 사랑방과 인연을 맺어온 자원활동가 소정입니다.

 

사실 기간에 비해 참여한 횟수가 적어서 자원활동가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입장이에요. 카톡방에 올라오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보면서도 야근이다 뭐다 핑계 대며 빠지기 일쑤여서 항상 죄송한 마음입니다.

 

무슨 말을 적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사랑방 활동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점을 간단히 얘기해보려고 해요. 우선 제 직업은 사회복지사입니다. 저는 사람에게 호기심이 많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 직업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사람 때문에 힘들고 관계에 상처 받고, 어떨 때는 모든 일에 의욕을 잃을 정도로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저는 많은 부분에서 서툰 사람입니다. 자그마한 일로 마음을 닫아버리기도 하고, 생각 없이 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사회 초년생인 저는 많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 무렵 직장 동료의 소개로 사랑방 자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서로의 의견에 귀기울여주고, 작은 목소리도 무시하지 않고, 각자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서툰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사랑방 식구들이 참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사회생활로 힘들었던 마음을 치유(?)받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사랑방을 생각하면 언제나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민선을 시작으로, 열정이 가득한 활동가분들, 아늑한 2층 집과 모두에게 열린 부엌, 맥주가 생각나게 하는 정원의 테이블 등등 따뜻한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했던 봉사활동이 아니라서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정기 모임은 회의나 간단한 교육 위주로 이루어졌고, 강제되는 활동도 정해져있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이 활동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매월 한번 씩 모여 사랑방 사람들과 인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권연극제에서 제이님이 열연한 연극을 함께 관람하고, 서울시청에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농성에 함께 참여하고, 얼마 전 열린 반성폭력교육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혼자였다면 선뜻 용기내지 못했을 일을 사랑방 활동가님들과 함께였기에 즐겁고 마음 편히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인권연극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연극을 보고난 후에는 내가 소수가 아닌 다수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누려왔던 혜택들에 대해 생각하자 마음이 불편해져 왔습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가 지금까지 운 좋게도 소수에 속해 있을 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거의 항상 다수의 편에 서있었기 때문에 세상의 차디찬 얼굴을 별로 마주치지 않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이루어졌던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농성장에서는 소수자들이 차별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기꺼이, 즐겁게 투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러한 활동에 나도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약한 사람의 편에 서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실 방법도 잘 모르고 내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원활동을 하며 느낀 많은 것들은 제가 가지고 있던 많은 고민을 더 구체적으로 끄집어내었고,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해 열정을 갖도록 해주었습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막막했던 세상이 살아갈만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로에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소소한 웃음을 터트리던 시간이 좋았고, 사랑방에서 방금 쪄낸 따뜻한 밤을 까먹으며 집회와 관련한 설명을 들었던 기억도, 시청 로비에서 돗자리에 앉아 잠시지만 함께 농성장을 지키던 시간도 무척 소중했습니다.(특히, 마지막에 보았던 공연과 현숙이 그 자리에서 뜨개질로 만들어준 파란색 팔찌는 정말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사랑방 사람들과 어떤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많이 서툰 제가 사랑방과 함께라면 조금은 더 발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