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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전단지 살포 등 행위자 발견시 대응요령'에 관한 인권단체들의 질의서와 의견서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청장 구은수)은 “전단지 살포 등 행위자 발견시 대응요령”(아래 “대응요령”)이라는 문건을 통해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방하는 전단지 살포 행위자 발견시 대응요령 지침을 하달하였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등은 이 지침의 내용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의견을 개진한다. 또한 질의서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의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질의서>

1.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전단지 살포 등 행위자 발견시 대응요령(아래 대응요령)”은 국내 사법부의 판결과 프랭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에도 어긋납니다. 서울경찰청은 대응요령을 철회하고, 국내 사법부의 판결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를 이행할 계획이 있습니까?

2. 전단지 살포와 관련해 경찰의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피해자들이 인권침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단지 살포 행위가 과연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의견서>

국민으로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범죄가 아님을 밝힌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밝힌 ‘대응요령’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며,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장 ‘대응요령’을 철회하고 전단지 살포와 관련해 무리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장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 혹은 정부에 대한 비판 전단살포 행위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모욕죄는 허위의 것이건 진실한 것이건 사실의 적시 없이 평가적 표현에 의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을 처벌하는 것이다. 모욕죄의 경우 친고죄이다. 친고죄의 경우 기소여부조차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한다. 물론 법원은 친고죄의 고소를 소추조건으로 보아 고소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정이 없으면 수사는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1.3.10. 선고 2008도772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살포한 사람들을 모욕죄로 처벌해달라고 고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만약 그럴 의사가 있었다면 여러 차례 전단이 살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고소를 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고소할 가능성이 없어 소추요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라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다.

명예훼손은 모욕과 달리 허위의 것이건 진실한 것이건 사실의 적시를 통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을 처벌한다. 명예훼손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이다. 때문에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의사가 없다면 수사, 기소, 처벌이 모두 가능하다. 전단지 살포의 경우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명시적 반대의사가 없는 한 이론적으로는 수사와 기소 그리고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하여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09.02. 선고 2010도17237 판결)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살포된 전단지의 내용이 정부 혹은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된 것일 경우,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사회적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처벌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정책결정, 업무수행과 관련된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적극적으로 수사하라는 것 역시 수사권을 남용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둘째, 전단지 살포자에 대해 임의동행을 활용하라는 지시는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은 '사람을 정지시킨 장소에서 질문을 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때'에 임의동행을 하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 임의동행을 요청하는 것 자체는 법에 맞지 않는 요구이다. 그런데 ‘대응요령’은 전단 살포자의 인적사항 확인 및 전단지 회수 등을 위해 “가급적” 임의동행을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상 요건이 충족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동행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자칫 전단지 살포자에 대한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셋째, 전단 살포자에 대한 현행범 체포 지시는 불심검문 거부를 무력화시키고 현행범 체포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범 체포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수사행위이기에 상당성과 비례성을 갖추도록 우리 법원은 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을 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대법원은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으므로 사인의 현행범인 체포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인데,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으로서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것을 요한다.”(대법원 1999.01.26. 선고 98도3029 판결)고 판단하였다. 또한 형사소송법은 명문으로 50만원 이하의 범죄를 범하였을 것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인적사항이 불분명한 경우에만 현행범체포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제214조).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담긴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경범죄처벌법 상 광고물 등 무단배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벌금 5만원에 해당하기에 형사소송법 제214조에 의해 인적사항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만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든 대법원 판례까지 고려한다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까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단 살포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현행범 체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범 체포를 고려하라고 하는 것은 현행범 체포를 남용하라는 지시이거나, 현행범 체포를 내세워 불심검문 및 임의동행에 대한 거부권을 무려화 시키라는 지시에 불과하다.

결론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응요령’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며,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은 대응요령을 경찰의 직권남용을 막기 위한 교육용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이 맞는다면 ‘대응요령’을 헌법과 법률에 일치시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내용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장 ‘대응요령’을 철회하고 경찰들이 법과 원칙에 맞게 법집행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단지 살포와 관련해 무리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장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2015년 3월 30일

다산인권센터, 민가협,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문화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서울인권영화제,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표현의자유를위한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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