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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대타'

내 인생의 대타라... 큰 맘 먹고 대타를 자처했던 적은 고3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쉬는 시간에 샤프심 사러 문방구 가던 길, 무단횡단을 하기 위해 부랴부랴 뛰던 나를 쫓아오다 친구가 넘어졌다. 오른손바닥이 제대로 까졌는데, 행여 뼈라도 다쳤을까 놀라 친구를 데리고 근처 외과를 찾아갔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피부가 쓸려 붕대를 감은 그 손으로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 때 큰 맘 먹고 했던 말, "내가 니 대신 수능을 치마." (나보다 성적이 좋았던) 친구는 단칼에 거절했고, 붕대 감은 손으로 열심히 펜 쥐는 법을 연마하고는 무사히 수능을 쳤다. 대타는 함부로 자처해서도, 부탁해서도 안 되는 거 같다. ㅋㅋ

바람소리

대타를 쓴 적은 기억에 없다. 하지만 대타가 되어본 적이 있다. 성적 관리에 투철한 언니를 대신해 출석을 한 적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도 나는 숙제를 안 가져오면 몸을 때우기(이른바 맞기)를 하는데 언니는 나에게 수업도구를 학교로 갖다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대타까지 쓴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대타를 쓸 정도로 중요했던 것이 없었나? 아니 중요한 건 직접 몸으로 뛰었다는 건가?

정록

딱히 누군가의 대타가 되어 본 기억도, 누구를 대타로 써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대타가 될 만큼 순발력 있거나 다재다능하지도 않고, 대타를 쓸 만큼 뭔가를 반드시 채워넣고 싶은 욕심이 없어서인 듯. 뭔가 안 좋은 건가??

은아

3월 한 달 대타를 두 번이나 뛰었다. 목사님과 교우님들이 집시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원래 그곳에 가기로 한 사람이 독감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었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간절히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또한번은 세월호 강연 사회였는데 마치 먹이사슬처럼 이사람 저사람에게로 일이 아래로 내려오다가 나에게 딱 떨어졌다. 두 경우 모두 공부를 해야 하는 일이라, 나름 긴장을 느끼면서 대타를 뛰었다. 처음엔 좀 버벅거리다 후반부에 가서야 제대로 한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대타를 쓴 경우도 있다. 사이버사찰금지법 스티커 추가 제작 의뢰를 해야 했는데, 그 업체 사장과 대판 싸워서(나름 사정이 있음) 도저히 다시 전화를 할 마음이 일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활동가에게 부탁을 했는데, 너무 흔쾌히 수락을 해 주어서 고마웠다. 대타를 하기도 하고 대타를 부탁하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 인생은 돌고 돈다. 
그러나 세상 일에 대타가 되지 않는,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ㄷㅇ

대타는 역시 야구!는 아니고 저는 아르바이트 대타는 정말 많이 해본거 같아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4500원 아르바이트가 많던 시절에 저는 5500원을 받고 일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만두고도 주말마다 전화와서 대타 부탁을 받아서 참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제가 원하기도 했고요. 은근 주말에만 일해도 쏠쏠한 부수입이 생겨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