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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인권오름, 매체로서 돌아보는 시간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권오름은 어땠을까요? 인권오름도 10년이란 시간 속에 변한 세상의 모습을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일 겁니다. 사랑방은 올해 1/4분기 총회 때부터 2/4분기 총회, 3/4분기 총회까지 반년이 넘게 인권오름 평가와 전망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평가모임을 만들고 거의 매주 오름기사를 읽고 인터넷 매체와 온라인 저널 등에 관한 논문을 읽으면서 우리가 잘 가고 있는지, 우리가 세운 목표를 잘 실현하고 있는지를 짚어보았습니다. 1/4분기 총회 때는 조회수가 떨어지고 있지 않느냐, 사랑방의 역량이 줄어들고 있지 않느냐 등을 이야기하며 오름을 발행하지 말까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인권오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점과 인권오름을 만들기 위해 함께 애쓴 인권교육센터 ‘들’이나 인권연구소 ‘창’과 같은 단체 활동가들과 같이 평가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며 매체로서의 인권오름을 차분하게 짚어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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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png, by 인권운동사랑방

그러나 평가는 쉽지 않았습니다. 매체가 하는 최소한의 기능이 있기에 거리감을 두고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랑방 활동가들 내에서 생각을 모으고 방향을 모으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인권오름 벼리 기사를 읽기도 하고, 기획 꼭지들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인권오름 평가모임에서 인권오름과 여러 자료를 읽으며 확인한 사실은 인권오름의 글이 별로이거나 진보적 인권운동의 담론과 동떨어진 글들이어서 안 읽히고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애초 인권오름을 만들 때부터 누가 읽을지, 어떤 채널을 통해 유통할지, 어떻게 매체의 효과를 확인할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권하루소식은 유료구독자들에게 팩스를 통해 전달하는 신문이다 보니 수신자도 유통방식도 효과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인터넷이 발달하고 여러 인터넷 매체가 있는 시대의 인권오름은 독자나 유통방식이나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을 고려하지 못한 채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매체 환경을 쫓아가지 못하기도 했고요.

 

진보적 인권운동의 담론을 생산하고 인권 사안을 알리고 소통하려는 인권오름의 목표는 생산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 인터넷 매체로의 전환이라는 획기적 방식을 택하였지만 매체로서 의미를 갖기 위한 생산주체와 메시지를 전달할 독자들, 만날 방식, 효과 등을 유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한 것입니다. 인권오름을 발행하는 세월 동안 인터넷 매체는 많이 변화했으나 매체에 대해 유기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다 보니 편집인 1인 발행 구조로 유지 자체에 급급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좋은 글들이 제때 읽히고 영향력을 갖기보다는 인권담론의 좋은 자료가 될 글들이 모여 있는 ‘저수지로서의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었는지 모릅니다. 좋은 글을 쓰고 보내준 수많은 필자들에게도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그동안 좋은 글을 쓰고 좋은 필자들을 섭외하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매체로서 필요한 다른 기능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인권오름은 청소년, 성소수자 등 소수자인권 현안을 소개하고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매체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해오기도 했지만요.

 

이번 3/4분기 총회를 준비하면서 든 중요한 깨달음은 우리에게 인권운동의 매체가 필요하다면 매체에 대한 유기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사랑방 활동가들이 나눈 인권오름에 대한 고민은 인권오름을 함께 만들어온 다른 단체들과도 깊이 나누려고 합니다. 평가를 풍부히 할수록 인권오름의 방향도 분명해지겠지요. 나아가 인권오름을 읽고 사랑해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인권오름 평가를 나눌 기회도 만들려고 합니다. 10년의 역사를 일군 경험이 준 성과와 한계들을 인권운동 안에서 잘 나누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이제 그 첫발을 3/4분기 총회에서 뗐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