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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새해에는 우리 모두 시원하게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유진님을 만났어요

어떤 후원인을 만나볼까 하다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대뜸 사랑방 후원인 제안을 했더니 선뜻 후원인이 된 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인권하루소식>으로 저보다 먼저 사랑방을 만났던 김유진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원에서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작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이제 연구 노동자라 할 수 있겠네요.

 

 

◇ 주된 관심 분야나 주제는 어떻게 되나요? 끝이 없는 공부 속에서도 이것만은 이뤄내고 싶다거나 하는 목표가 있을까요?

조선 후기 한문 소설과 한문 산문을 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일 년에 서너 편의 소논문으로 정리하고 삼 년 정도에 한번 저서를 남기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겠네요. 원래는 근대 이전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기본이 부족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못합니다. 언젠가는 전근대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시각을 다뤄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아직 부족하지만, 배우고 익힌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도 잘하고 싶고요.

 

◇ 전근대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시각이라는 연구주제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와 전근대를 살았던 조상들에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한 바 없습니다. 한반도는 대륙으로 중국을 접했고, 해양으로 일본에 맞닿아 있었죠. 동아시아 각국의 역학관계 변화는 곧장 전란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그러한 사건이었지요. 근대적 의미의 국제 협약이 성립되기 힘들었던 전근대 사회였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전소설은 영웅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이 장군이 되어 적을 무찌르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평화에 대한 바람이 잘 드러나지 않지요. 반면 판소리 사설 <적벽가>에는 전쟁에 참여한 군졸들이 전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웅들에게 전쟁은 출세할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군졸들에게 전쟁은 무의미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고전문학 작품 속에 작지만 내재된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찾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갈 평화와 전근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바란 평화는 물론 다르겠지만 그 바탕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공통점에 근거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잡아본 주제입니다. 아직 구체적 결과는 없지만요.

 

 

◇ 변하지 않은 지정학적 위치라는 게 실감 나는 요즘입니다. 그럼 화제를 돌려서, 사랑방은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나요? 후원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예전에 사랑방에서 <인권하루소식>을 발간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후원은 사랑방 내부자의 권유에 의해 시작하게 되었지요.^^

 

 

◇ 작년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에도 나가셨을 것 같은데, 이런 시국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들이 드셨나요?

한심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어요. 우리 사회가 합의한 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들고…

 

 

◇ 관심 있는 인권 사안이나 사회 문제가 있나요? 혹은 궁금하거나 관심 있는 사랑방 활동이 있을까요?

사랑방 활동을 꼼꼼히 챙겨보지는 못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네요. 다만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인권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을 같이 대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동일한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성별과 지위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대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사회의 기본일 텐데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본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듯 사회 곳곳에 놓인 차별을 우선 철폐해야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랑방에서 이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있을까요? 혹은 사랑방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을 하는 운동단체가 필요하다면요.

인권은 공기와 같아서 그것이 침해당하는 예외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면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한번 짓밟힌 인권은 회복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권을 해하는 것들은 그것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국가나 기업과 같이 큰 존재들인 경우가 많아요. 작은 존재인 개인을 위협하는 큰 존재들은 종종 폭력을 통해 작은 존재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곤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큰 존재들의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굳이 명명하자면 '반폭력연대' 정도가 될까요?

 

 

◇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사랑방 활동가들과 후원인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시원하게 웃어본 게 오래된 것 같아요. 새해에는 사랑방 활동가들이나 후원인들이 웃을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