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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월담, 더 잘해보기 위해 대구·인천을 다녀왔습니다

사랑방이 월담 활동을 시작한 게 2013년 10월이니 벌써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첫 해에는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30만 명이 일하는 드넓은 반월시화공단을 쏘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야 노동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지 알아보면서, 안산역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문화제와 상담을, 공단의 몇 군데 거점에서 정기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해마다 150~200여 명의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노동환경, 임금,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인권침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임금교실을 열었습니다. 그 사이에 번듯한 사무실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월담에 함께 하겠다는 새로운 얼굴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월담 활동이 안정화되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감도 있습니다. 조직이나 활동이 안정화되는 만큼 애초에 목표했던 반월시화공단노동자 권리 찾기는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월담에 함께 하려는 공단 노동자를 더 많이 만나고 조직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녹록치 않은 활동일 것을 예상했던 만큼 지금 느끼는 불안함이 단지 현실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스스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그럴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지 묻게 되었을 때 겪는 불안함입니다. 사랑방이 운동전략을 세우면서 월담 활동을 기획했을 때의 문제의식 중 하나는 '전략'입니다. '하다보면 언젠가 되겠지', '성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태도가 아니라 우리의 활동이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위해 힘을 모아가야 할지 전략적으로 기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월담에서는 지난 4년여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공단 조직화의 로드맵을 새롭게 그려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작업으로 공단조직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돌아보며 월담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문제의식 중 하나로 노동조합 구성을 비롯한 조직형식에 대한 사례검토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대구의 성서공단과 인천의 부평, 남동공단 사업단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각각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대구는 2002년에 성서공단노조를 만들고 15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고, 인천은 올해 초 부평공단을 중심으로 한 지역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개별 기업의 틀을 넘어서는 공단 조직화의 문제의식에 비춰봤을 때, 성서공단노조가 형성한 사회적 연결망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사회단체들과 함께 성서지역공대위를 꾸리고, 최저임금-생활임금 이슈를 꾸준히 만들어온 점, 이주노동자들에게 성서공단노조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면서 형성된 신뢰관계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성서공단노조 역시 한국사회에서 노조를 하려면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극심한 탄압이 가져온 어려움을 공히 겪고 있었습니다.

인천은 공단노동자와 구체적으로 만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단 전체를 시야에 넣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공단이 아닌 파견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시정, 휴업수당, 직고용 문제에 집중해서 상담을 조직하고 이를 집단 상담으로 연결시킨 것입니다. 불법파견실태조사를 통해 고용노동부 조사와 개별 사업장 대응을 나누고, 집단 상담으로 연결된 사업장은 사업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활동을 기획하는 과정은 현재 월담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아직까지 월담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삶에 개입해 들어가기 위한 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같은 공단 조직사업일지라도 각기 다른 역사와 조건 속에서 진행되어 온 만큼, 월담은 개별 사례 자체보다는 공단 조직사업이라는 맥락에서 각 사업단이 쥐고 있던 고민과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현재 월담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 무엇인지를 잘 가려가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월담 활동에서 노동조합건설이 운동의 최종목적도 아니고, 공단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외치고 조직해나가는 운동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전술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