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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안녕^^ 사랑방~

안녕^^ 사랑방~~너를 알고 지낸 게 벌써 20년 가까이 되는데, 지금에야 처음으로 너한테 편지를 쓴다. 내가 너무 무심했지. 그래도 작년에 <노란리본인권모임> 덕분에 너를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너무 반가 왔다. 네가 충정로에 살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봤으니, 거의 10년 만에 다시 너를 보는 셈이었지. 네가 이사 온 홍대입구로 작년에 처음 찾아올 때, 저 밑 지하철역에서부터 돌담길을 따라 긴긴 오르막을 올라오면서, 사실 가슴 한 쪽이 조금은 쿵쾅거렸다. 10년이 지난 너는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변했을까? 정말 궁금했거든.

 

내가 너를 처음 알게 된 게 아마 98년이었나? 99년이었나? 너의 첫인상은 ‘참 부지런하다’는 것이었어. 너는 아침마다 팩스로 <인권하루소식>을 보냈었지. 사실 그때 나는 팩스가 없어서 네가 쓴 편지를 직접 받아보지 못했지만, 천리안인가 하이텔인가 여하튼 PC 통신 방에 누군가가 옮겨준 <인권하루소식>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것을 매일매일 낼 수 있을까? 참 신기했었다. 게다가 처음 너를 찾아간 날, 3층 사랑방 문을 열자마자 봤던 그 광경들... 빼곡히 놓인 책상들하며, 모니터에 얼굴이 빠져들 것처럼 집중하는 이들, 여기저기 전화기를 붙들고 통화하는 사람들... “뭐 이렇게 바쁜 사람들이 있지~” 참 많이 놀랐어. 여하튼 그날 이후 참 뻔질나게 너를 만났던 것 같다. 너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장 가까운 이가 되어줬고, 또 나에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들도 참 많이 만들어줬었지.

 

음~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장 ‘사랑방’처럼 느껴졌을 때는, 네가 충정로에 살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네 보금자리는 여러 개의 방이 딸린 넉넉한 가정집이었는데, 이 방문을 열어도 사람들이 가득, 저쪽 방문을 열어도 사람들이 가득가득...... 여기저기 왁자지껄했던 것이 진짜 ‘사랑방’같았거든. 인권운동하는 사람들의‘사랑방’같은 구실을 하고 싶어서 네 이름도 ‘인권운동사랑방’이라고 했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은데, 딱 그 모습이었어.

 

그 왁자지껄한 느낌이 생생한데.... 내가 밥벌이한다고 한눈을 파는 바람에 지난 10년 동안 너로부터 참 멀어졌구나. 너를 만나지 않았던 그동안 난..... 공동체를 가꾸는 일에 대해 참으로 무관심한 사람으로 지냈다. 하지만, 4월 16일 그 끔직한 참사와 유가족에 대한 이 사회의 광란을 보면서,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고 침탈을 막으려고 영안실 앞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23주 동안 국민들의 마음을 밝혔던 촛불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반성과 각성을 하게 됐어. 그러다가 작년 3월 즈음 인가 사랑방 소식지에서 세월호 인권모임 <노란리본인권모임>을 같이 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며칠을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망설였는지 모른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때 <노란리본인권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게 나로서는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꼭 너한테 말하고 싶다. 우리 모임이 간혹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춤거릴 때도 있지만,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서 내딛고 싶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오늘 등산 갔는데, 참 춥더라~. 오늘이 입춘이라던데 산에는 칼바람이 쌩쌩 부네. 이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넌 다시 영등포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다며? 영등포 새집으로 이사한 사랑방은 또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일단 더 밝고 활기찬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사한 새집으로도 자주 찾아갈게. 사랑방~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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