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극혐'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사랑방 식구들! 자원활동가의 편지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이번이 제가 보내는 세 번째 자원활동가의 편지인 것 같네요.

  

그런데 제가 최근 2년간은 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새로 이사 간 사랑방에 아직 놀러가지도 못하여서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제가 하는 인권활동(??)이라고는 ‘댓글달기’ 뿐인 것 같네요. (반성).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그 아래 댓글들을 보고, 댓글을 다는 것이 최근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참여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다시 한 번 반성).

  

인터넷은 많은 분들에게 그러하듯, 저의 놀이 공간이자 실제 세상 소식을 듣게 해주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 세상에서, 혹은 인터넷 세상이 반영하는 실제 세상에서, 최근 몇 년간 여기저기서 넘쳐나는 ‘혐오’가 저를 무섭게 하고 있어요.

  

제가 아마 2015년에 ‘극혐’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가 인터넷에서 놀이처럼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무서웠고, 각종 ‘XX충’의 단어들을 보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단어가 일상적으로, 장난 혹은 유행어처럼 사용되면서, 여기에 담긴 혐오를 정당하거나 별것 아닌 일로, 일상적인 개념으로 ‘신분 세탁’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래서 혐오에 더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생각이 사실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더 살기 퍽퍽해져서 약자에 대한 혐오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둘 다일 수도 있겠지요), 최근의 ‘혐오’는 정말 강력한 힘과 지지자들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잘 알고 계시겠지만, 최근 인터넷에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그룹들이 전통적인 혐오 대상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느끼기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아무리 익명성이 담보되는 인터넷 댓글이라 하여도, 지금과 같이 메이저 포털사이트 기사에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의견들이 ‘베댓(베스트 댓글)’에 오를 정도로 힘이 있고 다수에게 지지 받는 의견들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근거를 찾아보거나 조사한 것이 아닌 순수한 제 느낌이어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에 주의.)

 

이런 현상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지지를 얻는 의견은 정당한 것처럼 보이고,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는 ‘행동’ 또한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근거 없는 혐오를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것이 정당화 되고, 심지어 그 혐오 대상에 대하여 위해를 가하는 등의 행동까지도, 당연하고 정당한 ‘의견’또는 ‘행동’으로 평가받게 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원래 이런 정도로 혐오가 있었는데, 제가 세월이 지나며 사람들의 의식이 개선(?) 되어 혐오가 옅어질 것을 기대하였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더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이것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 그런데 자원활동가의 편지가 너무 진지해 진 것 같습니다. 사실 자원활동가의 편지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저는 요즘 아무 활동도 안하고 있어서 쓸 이야기가 없다고 하였는데, 마침 어쓰가 제가 9월 8일에 다녀왔던 ‘인천 퀴어퍼레이드’에서 찍은 사진에서 저를 발견하고, 거기 다녀온 이야기를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여, 그러면 되겠다고 하고 수락하였던 것인데... 결국 퀴퍼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네요. 그러나 이미 분량이 너무 길어져 할 수 없이 여기에서 마쳐야겠습니다.

  

사랑방 식구들! 모두 사랑하는 한 주 되세요. 저도 제 안의 혐오를 잘 살피고 물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또 만나요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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