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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마토,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요즘 사랑방에 가면 교복을 입은 채로 그대로 온, 혹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활동가들이 자주 보입니다. 이 친구들을 볼 때마다 4년 전 제가 떠오릅니다. 2004년 초, 대입 논술을 한창 준비하던 겨울 방학에 끔찍한 고등학교와는 안녕을 외치고서, 친구들 세 명과 함께 명륜동 사랑방을 찾았었습니다. 이제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던,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문 옆에 걸린 부안 핵폐기장 반대의 노란 띠를 비롯한, 여러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포스터와 선전물에 바로 이거야 싶었죠. 칸막이 뒤에서 일을 하고 있던 활동가 한 명 한 명의 따뜻한 인사도 기억납니다. 그 중에서는 같이 온 친구가 다니던 논술학원의 선생님도 앉아 계셨었죠.ㅋ 그때 집에 가는 길에 친구가 '역시 그 선생님 카리스마가 뭔가 범상치 않아 보였어~' 말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 사랑방에서 우리에게 아웃팅 당했던 모 활동가, 민망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아녔을까요?^^

그렇게 해서 사랑방은 제게 또 다른 대학과도 같았네요. 인권영화제, 반딧불, 인권하루소식 등을 통해서 만난 여러 세상들, 그리고 이에 대한 분노, 감동, 끄덕임, 더욱 조심스럽고 세밀한 판단과 언어 등은 한 학기에 수백만 원씩 내고 배우는 대학 강의 이상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아시죠!?
그런데 이제 여러분 앞에서 양심선언을 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은 12월 사람사랑 자원활동가의 편지를 쓰겠다고 하고서 미처 마감을 맞추지 못하고 글쓰기도 채 시작 못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학교 4학년생 어물쩍 습관적으로 수업 듣고 시험 치고 하는 듯이 저에게도 사랑방은 당연하고 관성적인 곳이 되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냥 늘 하던 일이니, 하니까 하는 거지 하고 들렀으니 제가 무슨 할말이 있었겠어요?! 이제 2008년 인권영화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마음 다지면서, 평상시에는 보여주고 말할 수 없었던 세상과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세상의 한편들이 만나는 자리, 조촐하지만 구석수석 잘 차려진 잔치로 만들어 봐야죠!

4년 전, 영화제 회의 후에 뒷풀이에 가면, 서울에서 집 얻기, 이사하기, 이렇게 함으로써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등의 화제가 제 귓속에 쏙쏙 들어왔었습니다.
이 때의 씨앗이 조금씩 자라나 2006년 가을부터 1년간의 독일 교환학생을 마치고, 지금은 안암동에서 그림 그리는 친구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올 겨울에는 학교에서 생협세미나를 하면서, 집에서 해 먹는 요리에 재미가 붙고 있습니다. 빠르고 편리하고 보기 좋은 소비보다는 생태계에 덜 부담 주고 즐거운 불편을 실천하고 싶어서요. 벌써 며칠 째 명동 성당 앞에서 밤을 나며 인권 생각하느라 여념 없는 그대들!(저도 오늘 밤에 결합합니다. 체감기온으로는 벌써부터 '올 겨울 중에서도 내가 노숙하는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인 것 같애!!!'하고 움츠러들지만ㅋ 우리의 권리를 생각하면서 주먹 꼭 쥐고 잠들겠어요! )농성 끝나면 제가 사랑방 가서 맛있는 것 요리해서 선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