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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이게 뭐지? 뭐 하는 사람들이지

월담 첫 번째 소식지 배포와 첫 번째 문화제를 무사히 치르고서

작년 11월에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도 4개 지역 공단과 함께 임금요구안 실태조사를 진행했었습니다.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도 15분 이상씩 걸리는 실태조사에 250여 명의 공단 노동자들이 함께 했었습니다.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하면서 나중에 요구안 조사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다고 꼭 약속을 했습니다. 월담이 안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시작했던 요구안 조사결과를 가지고 첫 번째 월담 선전과 문화제를 진행해야겠다고 다들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사결과분석은 자꾸만 늦어지고 꽃피는 봄은 다가오니 더는 미룰 수 없어 드디어 3월 중순에 첫 번째 집중 선전과 저녁 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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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담벼락에 누가 써놓은 이야기’, ‘담쟁이의 편지’, ‘빨간펜 노무사’라는 각 지면 제목이 적힌 4면 짜리 선전물 3천 부를 반월시화공단 일대에 널리 뿌렸습니다. 3천 부도 적지 않은 부수지만, 공단이 워낙 넓다보니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저희 선전물을 볼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선전물에 적힌 연락처로 노동상담도 들어오고, 공단 노동자는 아니지만, 함께 활동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연락이 왔습니다.^^ 작년 실태조사 때도 느꼈지만 안산 지역에서는 상품전단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나눠주고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일이 많지 않다보니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나눠주면 이게 뭐냐고 다시 묻는 사람들, 담배를 피우면서 무슨 말이 쓰여 있는지 유심히 읽어보는 사람들까지, 그럴 때마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찾기 모임 월담이라는 긴~소개를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적당히 소개하게 되구요.

다들 교대제 근무를 하다 보니 출근 시간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퇴근하는 걸 보게 됩니다. 안산역에서 나와서 공단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바삐 타려는 사람들과 달리, 공단에서 나오는 버스에서 잔뜩 지친 얼굴로 안산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거죠. 저희 선전물은 누가 더 잘 받아줄까요? 아무리 피곤해도 시간에 쫒기는 출근 노동자보다는 퇴근길에 눈길이라도 주게 되는 사람들이 더 잘 받아주더라구요. 양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선전물을 뿌리다보면 시간이 금방 흐르지만, 교대제, 장시간 노동으로 회사마다 다양한 시간대를 갖고 있어서인지 안산역을 거쳐 가는 노동자들은 9시가 넘어서도 크게 줄지 않고 꾸준하더군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노동자들에게도 선전물을 나눠주었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을 줄 서는 데 낭비하는 건 정말 싫어서인지 시화공단의 주방 가구 공장들이 모여 있는 블록의 식당에서는 때 아닌 100미터 달리기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40~50대 남성, 여성노동자들이 줄 서기 싫어서 전력질주를 하는 그 모습은 정말 초등학교 1학년이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달려가는 것 못지 않더군요. 그래서 많은 공장들은 시간대를 달리해서 점심시간을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피곤이 덜 풀린 얼굴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하루 일을 마치고 조금은 느리지만 지친 발걸음으로 퇴근하는 사람들, 짧은 점심시간에 빨리 밥 먹고 커피 한 잔, 담배 한 대 피울 시간 가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월담 선전물을 건네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노동자들을 만나야 할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읽어보는 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야 할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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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3월 14일 저녁에 시작한 첫 문화제는 너무 추웠습니다.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 공단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월담의 취지에 적극 호응하는 많은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함께 준비한 문화제였습니다. 너무 추운 날씨 탓에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잠시 시간을 내 함께 자리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선전물을 나눠줄 때보다 더 궁금한 얼굴로 문화제를 보면서 지나가더군요. 떠들썩한 공연과 플랜카드에 적힌 ‘월담’이라는 이름으로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을 테지만 매월 둘째 금요일 저녁에 꾸준히 자리를 만들다보면 안산역을 거쳐서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에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로 기억에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문화제 시작 전에 진행한 노무사의 노동상담과 자녀를 위한 심리상담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이라서 좌충우돌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에 비해서 더 큰 호응을 보내주는 공단 노동자들을 보면서 이 곳에 월담과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조직이 꼭 필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