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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사과'

이번달에는 내 인생의 사과 를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세주

사과. 사과 할일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실수를 해요. 가끔 눈치 없는 행동이 나오기도 하고.. 말도 그렇고.. 그래서 사과해요. 편지 쓰기도 하고. 대부분 진심이 전해졌다고 믿지만. 그건 나의 믿음일 뿐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불현듯 하게 되네요. 혹시 사과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때를 놓친 것들도 있을 텐데.. (__) 바로 사과할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ㅇㅅ

입에 달고 다니는 사과가 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반면 하지 못한 사과들이 많습니다. 때를 놓쳐서, 징글징글 얽히고설켜 적당히 사과하고 단절해버릴 수 없는 상대라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입에 발린 사과로 때울 수 없어서. 등등. 그 사과들을 다 지고 다니니 전생에 사과장수라도 했는지. 사과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할 텐데요. 그래봤자 계속 이러고 살겠지만,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요.

정록

생각해보면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선뜻 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런 말 듣는 것도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러지?? 정치인들의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보면, 일단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 근데 잘못은 아니다 이런 말 같아서 더 짜증이 나더라는... 근데 걔네는 유감이라는 말을 쓰던데 언제부터 그 말이 미안하다는 뜻이 된 거죠??

미류

활동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는 요구다. 중증장애인 송국현 님이 활동보조를 받지 못하고 화재로 돌아가셨을 때 장애인권운동은 보건복지부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장관은 절대로 사과를 할 수 없다고 끝내 버텼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도 했다. 대개의 정치인들이 사과를 쉽게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그러나 그녀가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아마도 그녀는 누군가에게 사과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미안하다거나 용서를 비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미안함은 책임의 선언이기도 하지만 면책의 핑계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맥락을 헤아리는 공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맥락을 관철하는 자기만족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 

디요

사과라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과를 한다고 해서 잘못이 싹 지워지는 것도 아닌데 잘못은 늘 하고 살게 되고.. 그럴 때마다 어떤 사과를 전달하는 것이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될지 고민스럽습니다. 정말 문제는 이런 고민을 하다가 늘 타이밍을 놓치고 어느새 관계를 망치게 되는 일들이 있다는 거죠. 정말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로 늦는 건가 봐요..ㅠㅠ

 

ㅁㅅ

요즘 들어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맙지 않아도 고맙다는 '말'을 잘도 하고 살아요. 마음이 안 담긴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만큼 화가 나는 것도 없는데, 그랬던 것을 잊고서 정작 적당히 어느 정도에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말'로 그렇게 내뱉는 경우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마음'을 잘 전하려는 노력이 어떤 '말'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살아야겠어요. 

ㅎㅊ

 고등학교 3학년 어느 일요일이었어요. 점심을 학교에서 주지 않아 밥을 식당에서 사먹어야 했는데, 그날따라 친구랑 먹고 싶은 음식이 달랐어요. 수능이 3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야 한다며 되게 뜬금없이 싸웠어요. 그리고 그때 무엇이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1년 동안 그 친구와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사실 그때 감정이 격해진 건 전혀 다른 이유였을 텐데, 내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는 게 어찌나 어려웠는지, 그땐 잘못을 인정하는 게 꼭 내가 지는 것 같았어요. 남자남자한 시절이었죠.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책임을 인정하거나 용서를 빌지 못하는 건 아마 그런 거 같아요. 책임과 공감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닌, 이기고 지는 싸움만을 하는 것. 그래서 사과를 하며 흘리는 눈물들이 너무나 역겨웠어요. 저건 용서를 비는 눈물이 아닌 자기가 진 것에 대한 분노로 뿐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이기고 지는 문제로만 모든 걸 바라보는 그들. 도대체 저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