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2019년 설레는 사랑방 출근, 정말로

2019년 1월 2일. 작년 한 해 안식년을 보내고 사랑방에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다들 믿지 않았지만, 그 땐 정말 설레었다. 장기간 출근을 해보지 않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게다가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 새로운 동료 활동가들과 활동을 시작하게 되니, 정말 첫 출근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지내보니 정말 너무너무 피곤하다. 근육은 못 만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운동도 하면서 체력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낯설어진 일과 공간 때문인지 지금도 계속 피곤하다. 저녁 9시만 넘으면 눈이 감긴다. 아, 물론 아직 설레긴 하다.

  

대체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역시 몸과 마음이 적응해야 할 새로운 일상, 리듬의 문제인 것 같다. 다들 안식년 목표나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딱히 그런 거 없다고 했다. 사실 있었다. 방학 생활 계획표 같은 걸 세워서 잘 지키며 사는 거였다. 운동선수들이 만드는 자기만의 루틴(routine) 같은 거 말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 취미 생활을 중심으로. 그런 일상을 규칙적으로 잘 보내면 안식년 이후에도 변형된 형태로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실패했다. 사실 이런 건 독하게 마음먹어야 하는데(운동선수들 정말 존경한다) 나는 그런 거랑 거리가 멀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성실하긴 한데, 뭐든 독하게 잘 못했다. 누군가 말처럼 내가 절박하지 않아서고 그만큼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실패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방탕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나만의 루틴은 개뿔,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했다.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미드, 한드 정주행을 시작했다. 밥도 먹지 않고 영화, 드라마를 봤다. 너~무 배고파서 쓰레빠 끌고 집 앞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고 나오다가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박옥순 활동가를 봤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린다.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랬다.

  

나만의 루틴은 실패했지만, 복귀하고서도 다시 도전해볼 힘은 생겼다. 정신없이 활동하다보면 내가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모처럼 쉴 때는 여전히 바다에 둥둥 떠 있지만 파도가 잦아든 어느 한 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안식년을 보내고 구명조끼가 아니라 내 몸 하나 뉘일 작은 배 하나 마련했다. 천천히 노를 저어보려고 한다. 팔에 근육이 붙으면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이때도 파도를 거슬러가지 말고 흐름을 잘 봐야 한다. 때론 훌쩍 뛰어넘으면서. 가다가 둥둥 떠 있는 동료가 있다면 잠시 태울 수 있을 정도로 배도 넓혀야 할 것 같다. 계속 한 배를 탈 순 없고, 얼른 독립시켜야 한다. 배 한 척 마련하도록.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는 말에 다들 사랑방 좋은 단체라는 말을 했다. 회사 다니는 후배는 정말 깜짝 놀랐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랑방 동료들과 후원인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모든 이들이 방학과 안식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기만의 배도 만들고, 만들었던 배를 수리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잠시 지나가는 배에 몸을 뉘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힘을 얻고 나중에 자기 배에 다른 사람도 태워주고 말이다. 아무튼 모두들 해피 뉴 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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