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전문치료 할 산재종합병원 설립 절실
이황화탄소 중독증세로 고려대 부속 안암 병원에서 요양․치료 중이던 원진레이온의 진문두(51․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산1번지)씨가 24일 오후8시10분 경 숨졌다. 지금까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직업병환자는 88년 7명, 89․91․92년 각 2명, 93년 3명, 올해 2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으로 늘어났다.
산재로 숨진 진씨는 81년 9월부터 원진레이온 생산지원부 정비과에 근무하다 84년 7월 언어와 행동에 중증마비를 가져와 쓰러져 강제퇴직 당했다. 그는 92년 6월 노동부로부터 요양신청서를 발급 받아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93년 2월 15일 이황화탄소 중독직업병 진단을 받고, 장해민사배상 10급 판정을 받았다. 진씨는 숨지기 전까지 한쪽 팔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뿐 두 다리와 한 팔을 못쓰게 되어 폐인상태로 지내왔었다. 그러던 중 심장장해로 인한 호흡곤란, 고혈압, 뇌경색 증세로 숨졌다. 발인은 26일 오전 10시 병원 영안실이며 가족 장으로 치러지게 된다.
진씨 죽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황화탄소 중독이 가져온 고통은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91년 4월 숨진 권경용 씨는 호흡장해와 정신질환 증세가 심해져 퇴직한 뒤 방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 또한 93년 5월 숨진 고정자 씨의 경우 특수정밀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며 요양하던 중 목욕탕 수도꼭지에 스카프로 목을 맨 채 목숨을 끊었다.
현재 이황화탄소 중독 직업병 환자는 모두 3백62명인데, 93년 11월 원진레이온 폐업과 관련해 노․사․정 합의서 규정에 따라 4백50여명이 산재요양신청서를 발급 받아 경희대학교 부속병원 등에서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있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원진레이온 직업병 환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과제로 나서는 가운데 경희대병원 등 산재지정병원 등이 “직업병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요구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원진레이온 비상대책위(위원장 이흥주)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 측은 산재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직업병 환자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봉 (원진 비대위 정책실장)씨는 ”산재판정을 받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환자 중 2백여 명이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단지 20명만이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서울시는 폐업에 따른 사후 대책논의과정에서 직업병 대책으로 산재병원설립과 정부가 제2기 지하철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에 재취업을 알선한다는 합의내용을 내왔으나 지금까지 뚜렷한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