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고 싶어요!”
한솔(6)이는 부모(김성식, 문순덕·95년 구속)가 모두 하루아침에 감옥에 끌려간 탓에 고아아닌 고아가 되어 엄마의 후배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 명지(7)는 태어나기 3일전 아빠가 감옥에 끌려가 지금껏 아빠품에 한번 안겨보지 못했으며, 한달에 한번 유리 칸막이로 가로막힌 면회실에서 아빠를 만나고 있다.
26일 탑골공원에서 열린 2백18회 민가협 목요집회에는 2살에서 11살까지 20여명의 양심수 자녀들이 함께 모여 그들의 엄마, 아빠, 할아버지의 석방을 호소했다. 일나간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보고 있는 하나(11)는 "막내 미르가 올 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꼭 아빠(이화춘·96년 구속) 손잡고 가게 해달라고 밤마다 기도한다"고 말했다. '글쓰러 갔다'는 아빠(김하기·96년 구속)를 기다리는 민주(7)는 "무슨 글을 그렇게 오래 쓰냐"며 "이젠 글 그만 쓰고 집에 왔음 좋겠다"고 말해 듣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외할아버지(유락진, 94년 구속)가 통일하려고 일하다가 감옥에 갔다"는 채주익(12) 어린이는 "이번에는 꼭 나오신다"고 단호히 말하기도 했다.
임기란 민가협 상임의장은 "양심수의 자녀들은 결손가정 아닌 결손가정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면서 "천진난만한 이 아이들의 품에 하루빨리 그들의 부모를 돌려주는 것이 김대중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빠와 함께 소풍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아이들이 사진으로만 만났던 아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들고서 '아빠와 크레파스'를 부르자, 참석자들은 "490여명 양심수를 전원석방하라"는 외침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