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의 배후, 민영안보기업
"용병은 생명 혹은 평화라는 이름 아래 일하지 않는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 싸울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욱 효율적이어야 한다. 용병에게 효율성이란 죽이고, 고문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5일 제네바, 유엔인권위 '용병에 관한 특별보고관' 앙리끄 베르나르 발레스떼로스(Enrique Bernales Ballesteros) 씨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7년 간 무력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옹. 반란군과 정부 양쪽 모두 용병을 전장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시에라리옹을 인간적 재앙 지역으로 만들었다. 발레스떼로 씨는 시에라리옹 뿐 아니라,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카슈미르, 유고슬라비아 등 다른 여러 무력분쟁 지역에도 용병이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레스떼로스 씨는 이러한 현상이 "1988년 이후, 민영 안보기업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민영 안보기업은 군사 자문과 지원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고용된 용병들을 계약에 따라 무력분쟁 지역에 투입하곤 한다. 시에라리옹만 하더라도 영국 런던에 사무실을 둔 샌드라인 인터내셔널이라는 용병회사가 개입돼 있다.
결국 이같은 용병회사의 존재는 무력분쟁을 장기화시켜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용병 활동을 방지하고 처벌할 법적 장치가 시급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유엔에서는 지난 1989년 '용병 모집․사용․자금제공․훈련 등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약에 비준한 국가 수가 22개 국에 그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또한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도 외국의 용병회사를 지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용병 문제는 더 이상 무시하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