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대표, 유엔인권위 석상 공식 발표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55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참석중인 한국 정부 대표는 12일 각국 대표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정부 대표는 "한국정부가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 법 폐지를 요청하는 사람에서부터 존치를 요구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협의중에 있다"며 "국제조약과 유엔인권이사회의 견해는 물론, 국내의 다양한 여론에 기초해 법 개정 또는 새로운 법률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민간단체 대표로 발언에 나선 조시현 교수(성신여대 법학과)는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 문제를 발표해 각국 대표들의 깊은 관심을 끌었다. 조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각국 민간단체들은 앞다퉈 발표문을 요청했으며, 중국, 말레이시아 민간단체 대표들도 잇따라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현지의 민간대표단은 전했다.
조시현 교수는 "식민시대와 냉전시대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은 특히 군사독재의 정권안보용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고문, 실종, 자의적 구금을 일삼아왔고 이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용인되어 왔다"며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413명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체포되거나 재판을 받았는데 그중 381명이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경제 위기 아래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어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과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해 줄 것 △유엔인권위원회 내에 국가보안법에 대한 특별보고관과 인권활동가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해 줄 것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유엔기구 내에서 국가보안법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한편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12일 아시아태평양 민간단체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가보안법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유엔의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