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동포와의 전쟁 끝내야
미국의 뉴욕타임즈지는 올초 세계 기아상황에 관한 기사를 다루면서 주요 피원조국의 이름과 국제단체의 기부액수를 도표화하여 게재한 적이 있다. 여기에 오른 국명 중의 하나는 '남한'이었다.
세계경제에서 11위의 규모를 차지하는 남한이 기아로 원조로 받았을 리가 없으니 이는 분명 '북한'을 잘못 표기한 것이었다.
이 오기를 제대로 고쳐서 북한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고, 남한은 IMF 이후에도 건재하고 있는 국가라는 걸 확인하면 그뿐일까.
분명 하나의 민족으로 여겨지는 인구의 반쪽이 생과 사를 왔다갔다하는 문제에 봉착했는데, 나머지 반쪽에겐 여전히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에게 벌어진 일이며, 지원하기 전에 다른 각도에서 의심해 봐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 여기에는 분명 잘못 입력된 오류가 있다.
굶어 쓰러지고 있는 적과 대치하면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전쟁의 규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는 평화와 화해가 아닌 전쟁에 사로잡힌 사회로 입력돼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북한기아 관련 소식을 접하는 일이 뜸해졌지만, 북한은 여전히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지난 5년여 동안 진행된 기아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원조단체들의 98년 12월 보고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 전체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었다.
두뇌의 성장이 제일 왕성한 시기에 겪은 심각한 영양실조는 이들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아동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을 뿐더러 회복될 수도 없다고 보고 있다.
세계식량프로그램, 유엔아동기금 등의 조사에 따르면, 7세 미만의 북한 어린이의 62%가 성장지체를 겪고 있다.
90년대 초의 인구추정에 의하면 지난 3년간 북한에선 9십2만5천명 정도의 인구가 증가해야 했다. 하지만 그 기간에 북한인구는 오히려 3십2만 명의 감소를 보였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약 3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며, 이 수치는 6․25전쟁 때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와 맞먹는다.
국제사회는 '북한 사람을 위한 국제금식의 날'을 지정하거나, 북한을 인도나 아프리카 보다도 훨씬 더 식량난이 심각한 세계 최일급 지원대상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앞장서려 하지 않는 같은 민족에 대한 의문과 질책이 제기되었었다. 외부의 반응이 식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유엔은 되풀이하여 북한 구호를 위한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으나, 가장 최근의 요청에 대한 부응은 목표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권은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굶주려 쓰러져 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 당연히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에서 출발하여,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의 '고립'을 막고 문제 해결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을 요구한다.
반쪽이 절망적인 굶주림에서 회복되고 있지 못한 한반도에선 이런 인권의 가치가 새로 입력돼야 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