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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분단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

고 최남규 선생 영결식

또 한 사람의 비전향장기수가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11일 저녁 88세의 일기로 운명한 고 최남규 옹. 분단된 땅, 암울한 반인권 시대의 희생자였던 그는 치매와 중풍으로 고생하던 말년까지도 “통일이 되면 가족이 사는 고향에 가겠다”는 염원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에서 청진교원대학 지리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그의 인생행로가 바뀐 것은 57년 남파되면서부터. 그해 곧바로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73년 만기출소했지만, 75년 제정된 희대의 악법 사회안전법에 의해 재수감돼 89년까지 도합 30여년의 옥고를 겪었다.

“현재까지 전향을 거부하고 있으면서 취직과 주민등록까지 기피할 뿐 아니라 재북가족을 동경하여 독신으로 생활하고 있어서 죄를 다시 범할 현저한 위험성이 있다”(1975. 8. 8 보안감호처분에 대한 원인사실 중에서)는 것이 그가 15년의 옥살이를 더 겪어야 했던 이유였다.

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출소한 뒤에도 통일의 염원을 부여안고 살아온 그였지만 결국 통일조국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고 만 것이다. 13일 영결식이 열린 서울 신림동 보라매병원 영안실엔 출소장기수들을 비롯해 1백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그가 가는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그의 유해는 지난해 운명한 금재성 씨가 이미 잠들어 있는 파주 보광사에 안치됐다.

분단시대, 암울한 인권유린 시대의 희생자들이 계속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그들의 발자취와 고초의 시간들을 미처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도 전에, 하나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