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북송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북송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민족화해와 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다."
23일 오후 2시 종로 5가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위한 토론회' 에서 북송을 요구하는 비전향장기수 51명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조발제에 나선 권오헌 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비전향장기수들은 크게 제네바조약 4조에 따른 전쟁포로와 구속전 소속지역 거주지에 따른 송환요구자로 분류된다"며 "이들은 부당한 장기구금, 정치적 신념유지, 보안관찰법의 규제, 가족과 거소지가 북쪽, 자유의사에 따른 귀향의지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북송이유에 대해 "비전향장기수들을 가족과 고향으로 보내려는 인도주의적 정신"과 함께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조약, 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조약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적지와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을 제시했다.
상호주의 극복해야
토론에 나선 신준영 (월간 말지)기자는 "송환반대자들은 주로 전쟁포로나 납북자 등의 맞교환을 내세워 상호주의를 주장하고 있는데 비전향장기수들 대부분이 전쟁포로로 제네바조약에 따라 북송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한은 이미 8만명의 포로를 휴전협정 전에 풀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신 기자는 "진정한 상호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파견한 공작원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전제인데 남쪽에서는 비전향장기수들로 남파간첩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북쪽으로 간 남쪽 공작원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가능한 송환을 전제로 상호주의에 따른 협상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민화협에서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결과 장기수 석방에 대해서는 77.3%가 잘했다는 평가를 보였고, 잘못했다는 평가는 13%에 그쳤다. 그러나 비전향장기수에 대해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북송을 주장하는 의견이 51.8%나 됐고, 조건 없이 북송해야 한다는 의견은 28.1%로 나타났으며, 송환반대 의견은 7.7%로 나타났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지난 93년 이인모 씨가 북송된 직후 전쟁포로출신인 김인서, 함세환, 김영태 씨의 북송요구로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27일 민가협,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25개 인권·종교·사회단체는 송환의사가 있는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의 '조건 없는 송환'을 주장하며 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상임대표 권오헌, 김재열, 문규현, 이명남)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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