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12월말까지 계약직 노동자 6천명을 짤라내기로 했다. 이미 11월말에 1천명의 계약직 노동자를 짤라낸 한국통신이었다. 대표적 재벌기업 SK는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들 몰래 도급계약을 체결하더니, 계약변경을 근거로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몰았다. 한 벤처회사에선 병역특례자라는 약점을 이용한 해고가 자행됐다. 이 모든 일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아래 합리화되는 일들이다.
구조조정은 '자본의 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자본의 살을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자들의 목을 쳐내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가운데 정규직 해고→계약직 전환→도급 전환→도급계약 해지의 수법은 바둑의 정교한 수순처럼 차근차근 노동자의 목줄을 조여간다. 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임금을 깎임으로써 1차로 삶의 후퇴를 감수해야 하고, 뒤이어 계약해지라는 사무적 통고 하나만으로도 생존의 끈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터에서 내몰린 이들의 삶이야 굳이 따져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주거에서부터 교육, 의료보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적 권리가 후퇴하거나 박탈되고, 결국엔 '인간으로서' 생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때문에 지금의 구조조정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로 규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칼부림은 앞으로도 잦아들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나서서 구조조정을 밀어 부치겠다고 하고, 언론은 생존권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기 바쁘다. 정부와 자본, 언론으로 구성된 삼각편대의 집중포화 속에 노동자들이 버텨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우자동차나 한국전력과 같이 대규모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에서조차 노동자들은 맥없이 자본의 공세 앞에 밀리지 않았던가?
이제 정리해고를 당연시하는 구조조정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반인권적인 구조조정은 거부와 저항, 투쟁의 대상일 뿐이다. 잘못된 구조조정의 사회적 세뇌와 신화를 깨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과 ILO 조약, 헌법의 조항들을 준수하도록 정부를 압박해야만 한다. 지금 이 시기는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고, 신장시킬 의무를 진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저항하는 인권투사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