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포함 월간 『자주민보』 관계자 3명 체포
'친북인사와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잡아 가두는 국정원의 관행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23일 월간지 자주민보(아래 자주민보) 관계자들을 국가보안법 상 통신회합·찬양고무 혐의로 체포하고, 연행자들에 대한 가택·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체포된 사람은 자주민보 이창길 발행인과 박준영 기자, 그리고 2달 전 자주민보를 퇴사한 백운종 씨 등 3명이다. 이날 체포된 이들은 현재 서울 내곡동 국정원 본원으로 모두 연행돼 조사 받고 있다.
23일 오후 연행자 접견을 다녀온 김승교 변호사는 "국정원이 자주민보에 연재되고 있는 김명철 씨에 대한 글을 문제삼아 이적표현물 제작·유포, 통신회합 혐의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이창길씨가 '작년 12월쯤 은행직원으로부터 국정원에 계좌 출입금 내역을 건네줬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걸로 봐서 국정원이 거의 1년 동안 내사를 벌여온 것 같다"고 말했다. 위에 언급된 김명철씨는 재일교포 군사평론가로, 지난해 5월 도서출판 살림터에서 출판된 『김정일의 통일전략』 저자이자 현재는 일본 내 조미평화센터 소장을 맡고있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살펴봐 작년에 발생했던 '살림터 사건'과 많이 닮았다. 국정원은 작년 11월과 올해 2월에 걸쳐 도서출판 살림터 송영현 사장과 미국 시민권자인 뉴욕민족통일학교 송학삼 교장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체포했다. '친북 인사' 김명철 씨와 접촉해 '이적표현물'인 을 출간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김명철 씨가 친북인사다"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국정원은 "김 씨가 조총련 소속으로 북한·조총련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씨는 지난 1989년부터 조총련과 관계를 끊고 독자적인 북한·미국간 군사평론 활동을 해왔다. 게다가 김명철 씨의 글은 지난해부터 자주민보·통일뉴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서울지검은 올 3월 송 사장과 송 교장을 기소했고, 이에 법원은 올 7월 송 사장에 대해 국보법 상 통신회합·고무찬양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명철 씨에 대한 국정원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자주민보 관계자 체포에 대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송소연 간사는 "국정원이 송영현 씨 사건 때와 같이, '친북인사'와의 애매한 연계점을 갖고 무리한 구속 수사를 벌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