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파업복귀자"...회사측, 개별 심문 진행
장기파업 후 현장에 복귀한 발전노조 조합원들에게 보복성 인권탄압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는 호소와 관련해, 인권단체들이 공동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13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발전노조 인권실태 공동조사단'의 첫 방문지는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청평양수발전처. 23일 오전 8시 서울을 출발한 공동조사단은 10시 30분경 발전소 인근에 도착해, 조합원과의 첫 면담을 가졌다. 이미 해고를 당한 청평지부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그동안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져 왔던 여러 인권탄압 사례를 하나둘 털어놓았다.
42명의 청평발전처 조합원 가운데 집행 간부 7명 전원이 해고를 당했고, 이들에겐 퇴직금 가압류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전원을 대상으로 회사측의 감사가 이틀째 진행 중이었다. 이 감사는 해고자를 포함해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일종의 '심문' 절차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고 한다. 감사에 이어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최소한 '몸조심․입조심'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고자들은 "회사측이 파업참가자마다 개인행동 성향분석 기록표를 작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적극 가담자'(A등급)와 '소극 가담자'(B), '회사쪽 협력자'(C) 등으로 조합원의 성향을 분류해 기록하고, 이를 근거로 조합원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해고자들은 또 "회사측이 해고자와 조합원들 사이의 회식자리마저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출소한 조합원과 함께 간담회를 갖기로 했던 지난 4월 26일, 회사측이 느닷없이 '비상연락망'을 돌렸던 것. 해고자들은 이 비상연락이 "간담회 참석자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회사측은 추후 비공식 답변을 통해 "일상적인 연락망 점검"이라고 해명했다.
해고자들과의 면담에 이어, 조사단은 오후 1시로 약속된 회사측과의 면담을 위해 발전소 정문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마중나온 줄 알았던 회사측 간부 직원은 돌연 "회사의 업무가 정상화되고 직원들의 동요가 진정될 때까지 면담을 유보해 달라"며 공식 면담을 거절했다. 회사측은 공문을 통해 면담을 약속했었지만, 뒤늦게 이를 번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약속파기'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으나, 공식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간부는 "복귀자에 대한 서약서 작성이나 개별 감사 등은 일체 본사에서 간여하는 일이므로 현장에서 답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회사측이 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아예 불허함에 따라,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과의 면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조사단은 24일 서인천․신인천 화력발전처에 대한 2차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단 출발은 오전 8시 명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