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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네번째 반딧불 <붉은 대기>

12월 7일(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네번째 반딧불(정기상영회)이 불을 밝힌다. 상영될 작품은 <붉은 대기>. 연세대 오세철 교수님이 보내온 <붉은 대기> 감상문을 요약해 싣는다.[편집자 주]

1967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1977년까지의 세계혁명을 말하려는 이 기록영화는 혁명과 관련된 인물들의 인터뷰를 엮어 편집했다. 카스트로의 연설, 체 게바라의 육성, 아옌데의 연설 등 혁명전사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프랑스 좌파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세계혁명에 대한 몇 가지 문제의식 또한 지니고 있다. 제1부는 베트남전을 중심으로 제2부는 소련침공에 대한 프라하의 저항을 중심으로 유럽 신좌파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스페인 내전을 실패한 운동으로 보는 반면 베트남 전쟁은 세계모순의 집중점으로서 사회주의를 위한 영웅적 투쟁으로 평가한다. 유럽의 학생운동과 노동자파업, 남미의 식민지해방혁명, 미국의 반전시위 등 전세계적 혁명투쟁이 문화혁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1부의 제목인 ‘연약한 손’은 학생운동의 한계를 의미하며 그것이 노동계급을 대신하려 했던 한계를 보여준다. 남미에서의 무장투쟁이 제도권 공산당에 의해 무력화되고 선거주의에 의해 대체되는 과정은 신좌파가 지니고 있는 혁명성, 무정부주의적 과격성과 대조돼 혁명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2부에선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소련침공에 대한 체코공산당의 결정에 대한 찬반견해를 다루면서 반대의 견해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다. 스탈린주의를 지역성․역사성․민족성을 뛰어넘는 영원한 위험으로 보며 국가와 당의 물신성을 뛰어넘는 대중의 참여와 투쟁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스탈린주의보다는 마오주의에 친화적인 프랑스 좌파의 단면을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권력억압의 문제만큼 중요한 문제로 환경오염문제를 거론하기도 하고 77년 이후의 문제로 현실사회주의 몰락, 레이거노믹스, 에이즈 등을 끝 부분에 보완하기도 하였다. 세시간에 걸친 진귀한 기록의 모음이기는 하지만 제작자가 프랑스 신좌파의 안목에 갇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화혁명과 학생운동 그리고 반제국주의 투쟁이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이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세계사회주의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혁명의 주체가 억압․착취당하는 전세계 노동계급이라는 사실, 그들의 혁명적 실천이 일국사회주의혁명을 넘어 선 세계혁명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문화혁명이 아닌 총체적 혁명으로, 학생운동이 아닌 노동계급의 투쟁으로 90년대 이후 생생한 기록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신좌파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그를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혁명적 실천을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