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2일, 국회는 끝내 이라크전에 한국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의 국회는 침략군의 일원이 되기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스스로 부정하고야 말았다. 전범국가 대열에의 동참을 결정하고야 말았다.
이러한 결정에 찬성한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국익을 위한 것'이라 포장했다. 일찌감치 파병 방침을 정하고 국회 설득작업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역시 그 점에서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인권과 평화, 정의는 손쉽게 '명분론'이라 치부된 채 휴지통에 내던져졌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이, 전범국가 '대한민국'이 결국 약속 받은 것은 무엇인가? 이라크 아이들의 희생과 미국의 지배력 아래 예속된 한반도의 허울뿐인 평화를 맞교환해, 유치하게 될 외국인 투자인가? 점령군의 일원으로서 얻게 될 석유에 대한 이권인가? 그들이 세련되게 말하는 '국익'이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포악한 사자의 친위대 노릇을 함으로써 손에 쥘 안전과 먹이감에 다름 아니다.
2003년 4월 2일, 이 날을 우리의 역사는 치욕스런 날로 기록할 것이다. 세계의 양심들은 대한민국을 강대국에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더러운 국가로 기억할 것이다. 또한 헌법이 부인하는 침략 전쟁이 '국익'이란 이름으로 지지되는 현실 앞에 이 땅의 민중들은 한동안 심각한 '자기분열증'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역사 속에서 인권과 평화, 정의는 거저 주어진 적이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회가 헌법이 옹호하는 가치를 부정한 이상, 평화를 열망하는 민중들의 의사를 묵살한 이상, 국회의 파병 결정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 죄 없는 이라크 민중들의 죽음과 패배가 곧 침략군의 일원, '대한민국'의 승리가 되는 비참한 시나리오는 우리 민중들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이를 막지 못할 때, 우리 역시 침략전쟁에 가담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역사적 심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2003. 4. 2.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