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이동권'이 누구의 이름이냐고 묻던 시민들이 이제 고개를 끄덕이며 서명을 합니다. 그러나 정부나 서울시의 정책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버스를 탑니다"2001년 처음 '버스타기'가 시작된 지 꼭 2년째 되는 23일, 이날도 어김없이 '장애인 버스 타기'는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광화문까지 진행됐다.
2001년 1월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 참사를 겪으면서 출범한 이동권연대는 2001년 7월23일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시청 앞 천막농성'을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청까지 '버스타기'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24번째 '버스타기' 행사를 함께 한 박경석 공동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지하철 철로 점거도하고 종로거리에서 온 몸에 사다리와 사슬을 묶고 행진하고, 한 달 넘게 단식도 했다"며 고단한 투쟁 경과를 밝혔다. 그간 몇몇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저상버스 도입이 발표되는 등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법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허술하고 관계부처 역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며 그는 분노했다.
2001년 오이도역 추락 참사 후에도 2002년 발산역 리프트 추락 참사, 2003년 송내역 승강장 추락 참사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이동하고 있지만, 이런 장애인의 이동권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법원 결정도 장애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01년 9명의 장애인들이 헌법 제10조, 제11조 등을 근거로 '이동의 권리가 제한되어 차별을 받았다'며 국가 책임을 묻는 손배소송을 제기하였지만 법원(서울지법 제8민사부)은 지난 4일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편의시설의 설치, 관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장애인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증진을 위하여 국가가 구현해 주어야 할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아울러 이런 사회적 기본권의 구현은 국가의 입법과정이나 정책결정과정, 무엇보다도 예산책정과정 등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판결, 이동권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법원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단지 여러 사회적 기본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우리에게 이동권은 절대적인 권리"라며, 이동 때문에 교육이며 취업에서 배제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장애인의 상황을 무시한 법원의 결정을 비난했다. 지난 2년 동안 거리 시민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 온 '버스타기' 운동이 앞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와 권리를 이해 못하는 법원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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