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을 알고 이를 행사할 수 있을 때에만 인권은 비로소 권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얼마 만큼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자신의 인권을 몸소 체험하면서 보고 느끼는 자리인 '인권과 친구하기 2003'이 인권운동사랑방 주최로 지난 10일에서 12일까지 조치원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어린이 인권캠프에는 초등학교 4·5·6학년 어린이 26명과 선생님 12명이 함께 했다. 먼저 어린이들은 5명씩 모둠을 짜서 자신들이 캠프기간 동안 불릴 이름을 만들었다. 이것은 언니·오빠·형·동생의 호칭으로 생기는 위계질서를 없애려고 마련한 대안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스스로 캠프기간 동안 지킬 규칙을 정하게 하여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또 질문을 통해 아동권리협약을 쉽게 알아보는 '널 알려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찾아보고 역할극을 통해서 인권이 보장되는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인권광고' 그 밖에도 '인권빙고'와 '이웃나라 놀이' 등이 올해 준비된 어린이 인권캠프의 프로그램이다.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인권체험놀이는 구체적인 사안를 가지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가장 흥미진진했다. 정보인권에 관한 기초정보를 주는 인권체험놀이 '내 허락 없이는'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정보인권지수를 점검하였다. 커다란 발바닥 모양의 발판을 질문의 대답에 따라 앞뒤로 이동하면서, 아이들은 검사를 맡기 위한 일기를 써야 하는 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성적표가 게시되는 일 등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된 경험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쟁의 참상에 무감각해진 감수성을 일깨우는 '평화 바이러스'에서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전쟁관련 전자오락게임의 음향을 듣고 그 제목을 맞춘 후 실제 전쟁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 게임의 제목을 맞추면서 신나하던 아이들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난 후, 하나 같이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입모아 얘기했다. 캠프에 참가한 꿈나무 모둠의 '버터왕자'는 "전쟁에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워요. 요즘 게임에도 전쟁게임이 너무나 늘어나고 있거든요. 평화전염병이 빨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인권활동과 인권체험놀이를 경험해 본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인권 잔치는 캠프의 성과를 한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아이들은 왕따 당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 이주노동자와 이웃이 된 광고를 직접 제작해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인권광고도 있었다.
'쑥과 마늘'(사람다운 사람이 되자는 뜻에서 아이들이 붙인 이름) 모둠이 제시한 내년 인권캠프의 모습은 인권캠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2004년 어린이 인권캠프 장소는 백두산, 참가비는 형편에 따라!' 방학이면 쏟아지는 다른 캠프들처럼 인권캠프 또한 일정한 경제수준 이상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양상식을 채우기 위해 고르는 수많은 선택사항 중 한가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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