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교육청이 학부모와의 만남을 거부하며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철문은 장애학생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완강히 내려져 있었다. 서울시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 80여 명은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부 합의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18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 모였다. 학부모들은 "단지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기 위해서 왔다"고 밝혔지만 교육청은 한때 음식물 반입조차 불허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우리는 평범한 학부모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평범한 학부모들'을 농성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한 달 교육비만 85만원이 든다"며 "이는 일반적인 경우"라고 했다. 비장애 아이들은 '성적 향상을 위해서' 사교육을 받지만, 장애 아이들은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는다. 학교에 다니더라도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통학하는 것조차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그나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인 축에 속한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흥호 씨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고향인 조치원에서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을 가야하는 거리에 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씨는 야학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다. 서울에는 100여 명의 장애인들이 6개의 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장애인야학은 교육청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다. 교육청이 장애인야학을 교육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교육예산에서 특수교육예산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이날 서울시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은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7월 교육부와 합의한 사항들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유치부·고등부에 특수학급 우선 증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치료교육교사 확대·배치 등 7개 안을 장애인교육권연대와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기에 교육청은 이 합의안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 한 학부모는 올 하반기에 특수교육보조원을 확충하긴 했지만 이는 내년도 계획을 앞당겨 시행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 올해처럼 교육감이 바뀌면 새롭게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교육청의 관료주의도 문제다. 이에 울산에서는 5일부터 교육청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고, 경남에서도 12일부터 학부모들이 삭발까지 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시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들은 '교육감 면담'을 요구했지만 결국 기획관리실장, 교육정책국장 등을 만나는 데 그쳤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검토해보겠다"는 '하나마나한 말'만을 전달하는 데 그쳤을 뿐이고, 농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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