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발규제와 내신등급제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이 거세지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집회 참석을 막기 위해 소속 학교에 관련 사이트 동향 파악과 '현장지도'까지 지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교육부 차관이 참석한 '서울시교육청 관내 교감 회의'에서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학교장 훈화 및 담임교사의 개별상담 등 지도를 통해 집단행동을 방지하고 △학교장 책임하에 학생의 집회 참석을 최대한 예방하며 △청소년 관련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검색해 동향을 파악하고 사이버 상담을 모색해 대처하도록 했다.
또 회의자료는 동향파악 대상 사이트로 다음카페 '내신등급제 반대 추진'(cafe.daum.net/freeHS)과 '두발제한폐지 서명운동'(nocut.idoo.net)을 직접 거론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각 학교로 보낸 공문에서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활지도상에도 많은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어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지도"한다며 "학교장 책임하에 학생의 집회 참석을 최대한 예방하되, 학생들의 참여가 예상되는 학교는…(교육청에 통보한 후)…지도 장소를 배정 받아 생활지도부장 또는 학년부장이 집회 당일 현장 지도"하도록 했다.
이런 방침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두발규제와 내신등급제에 따른 잇따른 자살에 항의하는 집회가 계획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학생들의 강한 반발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은 7일 저녁 6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입시 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이어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 등 두발규제에 반대하는 학생단체들은 14일 오후 3시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마당에서 '두발제한폐지/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무기한 거리축제'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참여해 △스케치북 피켓시위 △학생인권침해 거리 사진전 △자유발언대 등을 열 예정이다.
교육청 방침에 대해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넷'(www.idoo.net) 웹마스터 이준행 씨는 "빼앗긴 인권을 학생들에게 되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냈더니 교육청은 집회결사의 권리까지 침해하려 든다"며 "학생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요구에 귀기울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준) 김원 준비위원도 "입시제도와 두발규제 문제는 학생 개개인이 당사자인데도 그 결정과정에 학생은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다"며 "촛불집회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것이므로 학생들은 저항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소년모임 신지예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데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청이 제재에 나서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어떤 탄압이 있더라도 14일 광화문 행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서울시교육청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6일 오전 10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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